각국의 독재추방 중심세력-아르헨티나 5월광장 어머니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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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독재와 군정의 어두운 유산을 청산한 각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없는 것은 대표성을 가진 민간단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끈질긴 집념이었다.성공한 국가도 있고 여전히 진행중인 나라도 있는 이런 단체를 소개한다.
[편집자註] 아르헨티나는 77~79년 3년동안 치욕적인 「더러운 전쟁」을 겪었다.
76년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호르헤 비델라의 공포정치에 시달린것이다. 집권군부는 좌익게릴라 척결을 명분으로 비판.반대세력에대한 무자비한 탄압을 가했다.
고문으로 숨진 사람들을 암매장하고 정신을 잃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깨어나지 않도록 특수주사를 놓은 다음 군용비행기에 실어 바다에 수장하는등 끔찍한 죄악을 예사로이 저질렀다.
이때 희생당한 사람들의 수는 아르헨티나 당국의 추정만으로도 8,000~1만명에 달한다.그러나 유가족측은 그 수가 2만5,000~3만명이나 된다고 주장한다.
83년12월 집권한 라울 알폰신의 문민정부는 학살주범들인 3명의 군출신 전직 대통령과 군사평의회 지도자 6명을 살인.납치.고문혐의로 기소,심판했다.
학살자 처벌엔 「더러운 전쟁」의 희생자 유가족 모임인 「5월광장 어머니회」의 투쟁이 결정적이었다.77년 실종자 어머니 14명이 결성한 이 단체는 그때부터 군사정권의 만행 고발에 앞장섰다. 이 단체 회원들은 매주 목요일 오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통령궁이 마주보이는 「5월광장」에서 머리에 흰 스카프를 두르고 각종 실종.납치.고문.살인사건의 진상을 폭로하고 학살.폭행자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이들은 군사정권의 탄압에도 꺾이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국민과 국제사회가 「더러운 전쟁」의 실상을 알고 공분을 느낀데는 이들 어머니의 힘이 컸다.
알폰신이 83년 대선에서 학살범 처벌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이 단체의 영향력이 지대했기 때문이다.
현재 약 2,000명의 회원을 가진 5월광장 어머니회는 92년 유럽의회가 주는 「사하로프 양심의 자유상」을 수상하는등 세계적 인권단체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이 단체는 아직도 매주 목요일이면 5월광장에 모여 희생자들을추모하고 다시는 불행한 역사가 재발하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다.
이 단체 에베 데 보나피니 (64.여)회장은 지난 24일 한국정부의 5.18특별법 제정방침에 대해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한다』면서 『한국도 다시는 5.18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번에 훌륭한 역사의 귀감을 세우길 바란다』 고 말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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