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학펀드, 지수 50% 빠져도 원금 안 까먹는‘약세장의 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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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기세 좋게 오르던 주가가 다시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주가지수가 2000을 넘길 것이라던 장밋빛 전망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일각에서는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일시적 주가상승)가 끝났다는 분석까지 내놓는다. 아직 추가 상승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잠시 상승하더라도 ‘혹시 지금이 상투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요즘처럼 주가의 방향성이 불확실해 투자가 망설여지는 시점에는 금융공학 펀드에 눈길을 돌려볼 만하다. 주가가 하락해도 수익이 날 수 있는 펀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나온 금융공학 펀드는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1조7000억원 이상 돈을 끌어 모았다.

◇안정적인 수익=이름 그대로 펀드의 운용은 매니저의 주관이 아니라 ‘동적 델타 헤징’이라는 금융공학을 바탕으로 한다. 기법 자체는 복잡하지만 결과적으로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수익을 실현하고, 주가가 빠지면 투자 비중을 늘리는 거래를 반복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선물·옵션 같은 파생상품으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위험을 최대한 회피하는 구조를 만든다. 대신 다른 주식형 펀드와 달리 통상 1년 정도의 만기를 정해 놓고 운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 동부자산운용의 델타 시리즈다. 지난달 판매된 ‘델타-프라임 1단위 주식혼합형 16호’의 경우 코스피200 지수가 4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이 보장되도록 설계됐다. 동부자산운용 리테일영업팀 안철민 차장은 “지수가 20% 하락해도 0~10%의 수익이 난다”며 “최고 수익률은 2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맵스 자산운용의 ‘챌린저 RCF 파생상품 K-2호’는 원금을 까먹지 않는 한계선이 코스피200 지수 기준 -30%로 델타 시리즈보다는 약간 좁다. 하지만 한계를 넘지 않으면 지수가 하락했더라도 무조건 9%의 수익이 나는 구조다. 지난달 초까지 판매했던 대신증권의 ‘포르테알파 파생상품펀드 2호’는 15%의 수익률을 달성하면 주식을 팔고 펀드와 만기가 같은 채권을 구입한다. 반면 코스피200 지수가 절반까지 떨어져도 원금을 잃지 않도록 구성돼 있다.

◇절세 효과=만기가 있고,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목표한 수익률을 얻는다는 점에서 주가연계증권(ELS)과 비슷하다. 하지만 세금은 ELS보다 훨씬 적다. 수익의 대부분이 비과세 대상인 주식과 선물·옵션 거래에서 생기기 때문이다. 동부자산운용 관계자는 “똑같이 1000만원의 수익이 났다면 델타 펀드가 ELS보다 130만원가량 세금이 적다”고 말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라면 차이는 더 커진다.

비교적 자유롭게 돈을 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ELS에서 만기 전에 돈을 찾으면 투자금액의 8%까지 수수료를 떼기 때문에 환매가 쉽지 않다. 그러나 금융공학 펀드는 3~6개월이 지나면 환매수수료가 아예 없다. 그 전에 찾더라도 이익금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싸다.

물론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가가 상승하는 국면에는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또 폐쇄형이어서 항상 가입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보통 1~2 주일가량의 시점을 정해 놓고 기한이 지나면 판매가 중단된다. 우리투자증권 조한조 펀드 애널리스트는 “정해진 한계를 넘으면 원금 손실이 나기 때문에 가입 시 지수와 원금이 보장되는 지수 하락률을 꼭 확인하고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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