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애널리스트 집단행동에도 매수 이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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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고려아연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서 뭇매를 맞았다.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30일 약속이나 한 듯 고려아연에 대한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한 것이다. 전날 애널리스트들로 구성된 '철강업종모임'의 회원 15명과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 5명이 고려아연 경영진을 만나 부실 자회사에 대한 지원방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데 따른 '실력행사'로 풀이된다.

삼성증권은 "고려아연의 비핵심사업인 에어미디어에 대한 증자검토로 주주가치 하락이 우려된다"며 목표주가를 3만8000원에서 2만9000원으로 23% 낮췄다. 대신.현대.하나증권도 목표주가 및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대신.삼성증권 등은 "올 1분기와 연간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는 과도하게 하락했다"며 목표주가를 내리는 동시에 투자의견은 오히려 '매수'를 제시했다.

이처럼 애널리스트들이 고려아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연일 주식을 팔고 있는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12일부터 주식을 사들이면서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율을 12.8%에서 29일 14.8%로 높였다. 고려아연의 주가는 30일 2만3400원으로 전날보다 550원 올랐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애널리스트가 기업방문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얻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애널리스트들이 집단행동을 통해 기업에 일종의 협박을 가하는 것은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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