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 환헤지 ‘고민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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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헤지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요즘 해외펀드에 가입하는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환헤지 여부에도 관심이 높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대체로 개인 투자자들은 환헤지 문제에 크게 신경쓰는 모습은 아니었다는 것이 증권사 직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환율 변동이 이슈가 되면서 환율 변동과 펀드 수익률 관계에 민감해지는 투자자들이 늘었다. 실제로 같은 방식으로 운용되는 펀드이면서 환헤지 한 자펀드와 하지 않은 자펀드의 수익률 차이가 10% 이상 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펀드에서 환헤지는 어떻게 이뤄지는 지 알아보자.

환헤지는 한마디로 가입 시점과 환매 시점의 환율 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없애는 것이다.

방법은 주로 선물환 등을 이용한다. 해외 투자 펀드의 수익률은 투자 대상 국가의 주식, 채권 등 투자 자산의 가격 변동 뿐아니라 환율 변동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환헤지를 하게된다.

해외펀드는 역내 (On-shore)펀드와 역외(Off- shore)펀드로 나눠진다. 역내펀드는 국내에서 설정된 해외 펀드라 할 수 있고 역외펀드는 해외에서 만들어져 국내에 수입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역내펀드는 환헤지 여부를 펀드매니저가 결정하고 헤지 비용은 펀드에서 부담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반면 역외펀드는 대부분 투자자가 환헤지 여부를 결정하고 헤지 비용은 펀드와 별도로 부담하는 구조다.

최근에는 역내펀드 중에서 환헤지 형과 환헤지 하지 않은 환노출 형을 동시에 출시해 선택할 수 있는 상품도 나와 있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프랭클린템플턴 재팬 주식형 펀드’는 환 헤지형과 환노출형을 판매하고 있다. 삼성투신운용의 ‘삼성글로벌대체에너지펀드’도 환헤지하는 1-A형과 환노출된 2-A형이 나와 있다. 대신투신운용의 ‘대신 지구온난화 투자 펀드’의 경우 자 1호는 환헤지형이고 자 2호는 환노출형이다.

그러나 이같은 구별이 이뤄지지 않고 하나의 구조로 출시된 펀드도 많다.

예컨대 교보투신운용의 ‘글로벌 CEO펀드’는 미국, 유럽, 아시아 각국의 비전있는 기업이 투자 대상이며 환노출형의 한 가지 형태 상품이다. 또 슈로더투신운용의 ‘슈로더 브릭스펀드’는 브릭스 4개 중 중국에 투자하는 홍콩달러만 환헤지 되어있다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또 SH자산운용의 ‘더드림 브라질 펀드’의 경우 미국 달러화만 환헤지됐고 미국 달러화에서 브라질 레알화 부분은 환헤지 되어있지 않다. 국내 출시된 많은 이머징 펀드 경우는 이처럼 미 달러화까지만 환헤지 되어있는 펀드들이 많다.

SH자산운용 상품기획팀 심윤보 차장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이머징 국가의 경우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어서 환노출이 유리할 수 있고 또 해당 국가 환율까지 환헤지 할 경우 헤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해외펀드는 주식 관련 자산의 환 노출분을 70~90% 범위에서 헤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증권 펀드분석팀 박승훈 부장은 “현재 국내 판매 해외펀드는 헤지형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환헤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유형의 출시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환헤지 어떻게 할 것인가=환헤지 여부를 선택해야 된다면 이 문제도 결국 투자 마인드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나름대로 국제 경제와 환율 전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원화 환율 하락시에는 환헤지가 이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원화 환율 상승시에는 환헤지가 투자 이익을 감소시킨다. 환헤지가 반드시 펀드 수익률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 환헤지는 원화에 대한 투자 대상국의 통화가치가 하락할 경우(원화 환율 하락) 투자대상 시장의 변동과 관련한 손익과 상관없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환차손을 회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투자 대상 국가의 통화가치가 원화 대비 상승할 경우(원화 환율 상승) 해당 국가 통화가치 상승에 따른 추가적인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제거하기 때문에 반드시 펀드 수익률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아울러 환율 변동은 증시의 움직임과 마찬가지로 예측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어떤 것이 절대 옳다고 단정할 수 없다. 삼성증권 문성훈 연구위원은 “지난해 해외 펀드의 투자 지역에서 대부분 원화가 약세를 보였기 때문에 원화 환율 상승 환헤지 효과가 거의 없었다”며 “따라서 환헤지도 한쪽 방향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전망에 따라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정갑 객원기자 jk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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