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골 깊어지는 민자.자민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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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자당 구창림(具昌林.전국구)의원이 18일 자민련에 입당했다.김범명(金範明).박준병(朴俊炳)의원에 이어 세번째다.구의원은특히 전국구 의원의 탈당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의원직 박탈을 감수하고 달려갈 만큼 민자당에 불만이 많았다는А 얘기다.
민자당은 잇따른 탈당에 기분이 상했지만 애써 참는 표정이다.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은 이날 『우리는 전국구 예비후보인 이민헌(李民憲)씨가 승계하면 된다』며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했다.손학규(孫鶴圭)대변인은 아예 논평조차 하지 않았 다.
민자당 지도부의 절제된 감정표현은 역설적으로 진짜 화가 났음을 보여주는 것같다.강총장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정치적 소신을 바꾸다니 이해할 수 없다』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구의원의 탈당은 비(非)충청권에서의 첫 탈당이라는 의미도 있다.그러자 조용직(趙容直).최운지(崔雲芝)의원등 비충청권 전국구의원의 연쇄 탈당설이 대두되고 있다.당사자들도 『사실무근』이란 말 대신 『결정된게 없다』는 말만 거듭하고 있 다.
구의원은 자민련에서 분당이나 영등포갑.을중 한군데를 택할 것으로 알려져 제2의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민자당 입장에서 볼때 충청권이야 어느정도 포기한 부분도 있지만 자민련이 수도권에서 여권(與圈)표를 쪼개기 시작하면 골치아파진다 .
이번 탈당의 가장 큰 의미도 여기 있는 것같다.김종필(金鍾泌)총재는 민자당 탈당파를 선봉에 내세워 수도권 입성을 추구하는것이다. 정개련등 개혁신당세력의 수도권 출마 러시에 고무돼 있던 민자당으로선 보통 일이 아니다.민자당의 수도권 선거대책은 1여다야(一與多野)였는데 이제 여야 모두 다분화되는 구도를 눈앞에 맞게 됐다.TK지역도 형편은 비슷하다.
구의원 탈당에는 민자당에도 원인이 있다.구의원은 진작부터 당의 수도권 지역구를 희망해왔다.
이것이 묵살되자 전부터 인연이 있는 박준규(朴浚圭)자민련 최고고문이 노재봉(盧在鳳)전총리와 동반입당하라고 잡아당겼다고 한다.최근 민자당의 조직책 배치에 노골적 불만을 가져온 자민련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민자당은 지난달 이진삼(李鎭三)전육군참모총장을 부여지구당 위원장에 임명하는등 군출신 3명을 자민련 당직자 지역에 중점 배치했다. 구의원의 자민련 입당으로 민자당은 선거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지금까지는 국민회의가 주적(主敵)이었다.
그러나 자민련이 구의원같은 사람을 앞세워 수도권과 TK지역에서공세를 펴올 경우 두개의 전면전을 동시에 치러야 할 형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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