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련설' 감추려 허위 진술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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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철도공사(전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 개발 투자사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24일 왕영용(49)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이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지난해 사할린 6광구 개발사업 참여의 타당성을 조사한 청와대 인사의 신원을 경찰관으로 진술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이번 주 초 왕 본부장을 소환, 청와대가 이 사업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그같이 진술했는지 등을 조사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왕 본부장이 감사원에서 진술한 내용 가운데 '경찰청 서범규에게 민원이 제기돼 전화가 왔다'는 부분이 나온다"며 "수사검사가 지난 18일 서씨에게 전화를 걸어 서씨가 경찰청 소속으로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파견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서씨는 지난해 11월 박남춘 당시 국정상황실장의 지시로 유전개발 사업을 조사했었다.

검찰은 또 유전개발 사업이 투자 위험성(리스크)이 높고 경제성이 희박했던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이 사업을 졸속 추진한 철도공사 전.현직 관계자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처음 이 사업에 관심을 보였던 SK㈜와 석유공사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사할린 6광구 유전의 경제성을 조사한 결과 권광진 쿡에너지 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며 "이곳을 실사한 세계 1위의 유전개발업체인 미국 슐럼버거사도 '위험성은 높고, 수익성은 낮다'는 결론의 보고서를 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주 중 왕 본부장, 신광순 철도공사 사장, 김세호 건설교통부 차관(당시 철도청장) 등을 차례로 불러 적절한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유전개발 사업에 뛰어든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업무상 배임이 되려면 사업성 유무와 적법 절차 준수 여부가 관건"이라며 "유전사업의 경우 투자 위험도가 높은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성보다는 절차적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병주.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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