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값 다시 뛰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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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최근 가격 인하 바람이 지나간 수입차 업계에 이번엔 거꾸로 가격 인상 바람이 불 조짐이다. 환율 상승 때문이다.

프랑스 푸조를 수입해 파는 한불모터스는 유로화 강세로 인해 부득이하게 6개 차종의 값을 1∼3% 인상한다고 14일 발표했다. 2990만원짜리 207GT(17인치)를 3100만원으로 110만원 올렸고, 307SWHDi의 가격은 3590만원에서 40만원 인상했다. 회사 측은 “푸조 본사에 유로화로 입금하고 있어 환율 상승의 피해를 크게 보고 있다”며 “가격 인상은 15일 계약 분부터 적용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월 1유로에 1200원대에 머물던 유로화 가치는 꾸준히 상승해 최근 1600원대로 30% 정도 올랐다. 본사에 유로화로 결제하는 BMW코리아 또한 지난달 최고급 컨버터블 650i 2008년형을 출시하면서 160만원 정도 올린 1억7280만원에 내놨다.

이 회사 안드레아스 샤프 부사장은 “환율 상승에 따른 손해를 최대한 감내하겠지만, 앞으로 가격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엔화로 결제하는 혼다코리아도 올 들어 수입차 판매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엔화 강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말 100엔당 830원대였던 엔화가 1000원선까지 20% 이상 솟구쳤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의 환율은 올해 사업계획상의 예상 환율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그러나 가격은 고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아직 가격 인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대신 내부 비용절감 요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원화로 결제하고 있는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등의 업체는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내년이 걱정이다.

폴크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매년 3월 말 환율이 기준이 돼 이후 1년간의 차량 가격이 결정되는데, 유로화 강세가 지속되면 내년엔 본사에서 가격 인상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수입차협회의 윤대성 전무는 “마진 폭이 작은 업체일수록 환율 변동에 취약한 편”이라며 “수입차 업계가 앞으로 가격을 공격적으로 떨어뜨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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