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7년 초강세 끝나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유로화의 7년 강세가 끝나가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유로화 가치는 1일 유로당 1.5438달러를 기록해 지난달 25일 이후 5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로화는 그동안 초강세를 유지해 왔다. 유로화 가치는 2001년 이후 달러 대비 70%, 파운드에 대해 30%가 올랐다. 미국과 영국의 중앙은행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린 데 반해 유럽중앙은행(ECB)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지난해 중반 이후 금리를 3.25%에서 2%로 내렸다. 영국도 5.75%에서 5%로 각각 내렸다. 그러나 ECB는 기준 금리 4%를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투기 세력까지 유로화 매입에 나서면서 유로화는 지난달 20일 1.6019달러로 1999년 1월 출범 이후 달러 대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 경제가 최근 둔화하면서 10여 일 만에 유로화 가치는 달러 대비 3.6% 떨어졌다. 유로존의 경기체감지수(ESI)는 4월 97.1로 2005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독일의 4월 경기신뢰지수도 2001년 9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ECB가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유로화를 쓰는 지역의 경제 성장에 큰 위기가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달러 강세로 국제 자금시장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브프라임 위기로 미국을 떠났던 뭉칫돈이 미국으로 되돌아가고 있고, 급등세를 보였던 원자재 시장도 안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3월 11%나 하락했던 다우존스지수는 지난달에는 4.5% 상승했다. 미국 증시가 활기를 띄면서 2일 일본·대만을 비롯한 대부분의 아시아 증시의 주가도 올랐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