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상트페테르부르크 심포니 러시아 음악 진수 선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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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상트페테르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SPBSO)는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교향악단으로 꼽힌다. 1983년 이들은 ‘공장 콘서트’를 시작했다.

노동자들을 찾아가 음악을 연주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이 콘서트는 SPBSO가 청중들과 가까이 있는 오케스트라라는 증거였다.

이 오케스트라는 러시아에서 잘 연주되지 않았던 작품을 무대에 올린 기록으로도 유명하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음악의 힘’, 말러의 8번 교향곡, 드뷔시의 오페라 ‘펠리아스와 멜리장드’ 등을 러시아 초연했다.

이 초연 기록은 올해로 창단 77주년을 맞은 SPBSO가 123년 역사의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과 함께 도시의 ‘양대 산맥’으로 불릴 수 있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또 냉전시대이던 68년 유럽·미국 등을 순회 연주한 데에서 알 수 있듯, 권위와 전통에 기대기보다 생기와 아이디어를 자랑하는 연주 단체다.

SPBSO가 3일 서울에 온다. 31년 동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지휘자 알렉산더 드미트리예프와 함께하는 내한은 91년 ‘레닌그라드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내한한 후 두 번째다.

드미트리예프는 쇼스타코비치의 ‘축전 서곡’,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등 러시아 색채가 강한 작품을 선택했다. 러시아 전통의 해석을 보여준다는 포부다.

드미트리예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의 전설적인 지휘자 므라빈스키 밑에서 지휘를 배웠다. 2005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훈장을 받은, 러시아의 국민 지휘자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오페라·발레 극장을 거쳐 SPBSO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SPBSO와 함께 차이콥스키·라흐마니노프 등 러시아 작곡가의 작품을 녹음한 음반이 호평을 받았다.

‘레닌그라드 방송 교향악단’으로 출발한 이 오케스트라는 특히 방송 녹음에 적합한 차분하고 정돈된 소리를 자랑한다.

단원끼리 소규모로 조직한 실내악단도 활발히 활동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벤자민 브리튼 등 역사적 작곡가들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했으며 리히터·오이스트라흐 등 정상급 솔리스트들과 세계 각국에서 호흡을 맞췄다.

1년에 6개월 이상을 해외에서 공연하는 이 오케스트라는 한국 쪽 협연자로 첼리스트 정명화(64)를 골랐다. 함께 차이콥스키의 ‘로코코 변주곡’을 연주한다.

이 곡은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매년 첼로 부문 파이널의 지정곡으로 나올 만큼 러시아 음악의 자존심이다. 정명화는 “지휘자가 선율을 강조하는 러시아 스타일로 협연자와 편안히 호흡을 맞춘다고 들었다”며 “러시아 교향악단과 함께 러시아 색채가 강한 곡을 연주하게 돼 흥미롭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공연의 수익금 전액은 태안 기름 유출 사고 피해 복구에 쓰일 예정이다. 공연을 주최하는 에프엠 아츠는 “러시아의 자부심인 오케스트라가 한국의 환경 피해를 보살피는 뜻 깊은 무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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