手談통해 양국 우의 다진다-서울大.동경大 교류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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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韓日 양국의 두뇌를 상징하는 서울대와 도쿄(東京)大가 「바둑교류전」을 통해 19년간이나 두뇌대결을 벌여온 사실이 광복50주년을 맞아 잔잔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교류전은 77년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첫대회를 치른뒤 서울대와 도쿄대를 오가며 한번도 거르지 않고 이어졌다.올해 제19회 대회는 지난 7일 서울대 호암생활관에서 열려 도쿄대측이 8대6으로 승리.지금까지의 총전적은 7승3무9패로 서울대가 약간 뒤져있다.
이 교류전을 창설하여 줄곧 지도교수를 맡아온 서울대 정치학과김영국교수는 『처음엔 서울대 바둑실력이 막강했는데 입시지옥탓인지 요즘엔 도쿄대에 밀린다.그러나 승부는 중요치 않고 풀어야할게 많은 양국의 젊은이들이 흉금을 터놓고 얘기하 는 모습이 보기좋다』고 말한다.金교수는 이달말로 정년퇴임.바람센 정치학과 교수로는 첫 정년퇴임이라 이미 매스컴의 화제가 됐지만 『근 20년 이어지며 우의를 쌓아온 양교의 바둑교류전이 정년퇴임 못지않게 감개무량하다』는게 金교수의 소감 이다.
이번 도쿄대 단장으로 온 나오타(繩田和滿.경제학)교수는 3회대회때의 출전선수.그는 『바둑을 통해 한국과 가까워져 참 기쁘다』며 X세대 문화의 부족함을 바둑의 심오함이 채워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본기원의 이시쿠라(石倉昇)8단은 제2회 출전선수.이 교류전이 배출한 유일한 프로기사다.이번 대회엔 유시훈6단의 동생인 유지인(역사교육3)양등 여성선수도 출전했고 서울대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간 OB선수들과 이화여대 바둑부도 함께 어울려 수담을나누는등 바둑축제처럼 진행됐다.
그러나 내면엔 치열한 승부도 있었다.인류가 발명한 가장 지적인 게임이라는 바둑에서 양교 선수들은 결코 양보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행사를 주관해온 관악기우회측은 20주년을 맞는 내년행사는 참가범위를 대폭 확대,성대하게 치를 계획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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