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호주 무역전쟁 위기-核외교 악화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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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핵실험을 둘러싼 프랑스와 호주의 관계가 점점 더 험악해지고 있다. 프랑스의 다소그룹을 입찰에서 배제한 호주정부의 조치에 맞서 프랑스 정부가 駐호주 대사를 무기한 소환한데 이어 프랑스언론이 逆불매운동을 촉구하고 나서 양국의 핵외교마찰은 자칫 무역전쟁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로버트 레이 호주 국방장관은 2일 지방정부의 전기배설공사와 수질관리사업에 각각 참여하고 있는 프랑스의 국영가스공사(EDF)와 리요네 데 조社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시사하며 단호한 호주 정부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폴 키팅 총리도 이날 『프랑스가 프랑스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싫어한다면 우리가 프랑스의 오만한 핵실험을 싫어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며 「한판」도 불사하겠다는 기세다.
호주 정부는 핵실험발표 이후 부두노동자들이 프랑스 제품의 하역을 거부하는가 하면 우체부들이 프랑스 대사관으로 가는 우편행랑을 고의로 며칠씩 지연시키는등 팽팽해진 反프랑스 감정을 등에업고 강수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맞서 프랑스도 2일 정부대변인을 통해 호주의 조치는 프랑스를 남태평양 지역에서 축출하려는 정치.경제적 의도가 숨어있다고 비난하고 사안별로 대응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프랑스의 보수우익紙들도 핵실험과 정부를 적극 옹호하고 나서 정부간외교마찰은 국민들의 감정대립으로 번질 상황이다.
일간 르 코티디엥 드 파리紙는 3일 「불매운동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제목으로 호주의 경제보복조치를 비난하며 국민들의 반격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신문은 이날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호주.덴마크.일본.
노르웨이.뉴질랜드의 제품에 대한 逆불매운동을 촉구한다』며 이는국가독립성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것이라고덧붙였다.
르 피가로紙도 2일자 사설을 통해 『남태평양에서의 핵실험을 新식민주의로 매도하는 호주는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그 땅을 점령했다』고 비꼬고 『프랑스領 폴리네시아의 운명은 주민들이 결정할일이지 호주가 프랑스에 파렴치하게 설교할 성질은 아니다』고 반박했다.프랑스와 호주의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양국 모두에 경제적타격이 당장 심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프랑스와 호주가 핵실험에 관한한 현재까지 양보의 공약수를 발견할 수 없는데다 남태평양 폴리네시아 일대의 종주권을 둘러싼 해묵은 감정까지 겹쳐 정면대결을 무릅쓴 무역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파리=高大勳특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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