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에살고재산도키우고>강화 석모도 金明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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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석모도 갈매기는 과자부스러기를 먹고 산다.개펄을 따라 먹이가지천으로 널려있지만 굳이 먹이를 찾아다니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강화도와 석모도를 오가는 카페리 승객들이 배부를만큼 과자부스러기를 던져 주니 그걸 먹고 산다.
과자부스러기에 길들여져 자생력(自生力)을 잃어버린 석모도 갈매기처럼 사람들은 문명의 이기(利器)가 주는 편리함에 젖어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고 산다.그렇게 문명에 중독돼 살아가는 것이싫어 김명태(金明泰.38.㈜너와 회장.02(52 9)4115)씨는 이곳 석모도로 왔다.
회사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겨놓고,주식은 직원들에게 나눠주고,그는 석모도에 파묻혀 있는듯이 없는듯이 살아간다.金씨는 80년대중반 아내와 함께 숟가락 두개만 들고 대전으로 내려가 의류사업에 뛰어 들어 상당한 재력을 쌓았다.
처음엔 1천만원만 벌자고 시작했는데 억대로 벌이가 커지자 돈버는 재미는 간 곳 없고 돈에 묶여 살아가는 신세가 됐다.
이곳 석모도에 4백83평의 밭을 1천5백만원 주고 산 것은 바로 이 무렵(87년)이었다.가끔 일상에서 한발짝 뒤로 물러나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그 이듬해 21평의 농가주택을 지어 놓고 주말이면 내려와 쉬고 가는 일을 되풀이 하던 그는 90년초 일대 모험을 감행한다.집짓는 일이라고는 한번도 해보지 않은 그가 목조주택을 직접 짓기 시작한 것이다.
목재로 뼈대를 세우고 흙으로 그 틈새를 메워 넣는 지극히 원시적인 방법이었지만 석모도 최초의 목조주택이 된 그의 집은 이렇게 완성됐다.집이 완성된 것과 함께 의류사업에서 손을 떼고 가족들을 데리고 이곳에 정착했다.
후속사업을 구상하던 그는 직접 목조주택을 짓고 살아 본 경험을 토대로 목조주택사업에 뛰어들었다.처음에는 미국.캐나다등에서일반화된 조립식 목조주택사업을 시작했다.그러나 남의 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을 그대로 흉내만 내는 것이 성에 차 지 않아 고유의 공법 개발에 착수,「우드블록(Wood Block)공법」을 고안해 냈다.어린이들이 갖고 노는 「레고」 장난감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된 이 공법은 장난감 집을 짓듯이 목재 블록을 짜맞춰나가는 것으로 시공의 편리성 때문에 바로 히트상품이 됐다.
가격.품질면에서도 서구식 목조주택에 비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이 공법의 목조주택을 보급하는데 그는 모든 것을 걸고 있다.농장을 만들려고 큰 맘 먹고 장만해 뒀던 집 뒷산 1만3천평도 우드 블록의 원자재 공급선 확보를 위해 팔려고 내놓았을 정도다.앞으로 목조주택 사업의 성패는 원자재 공급선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그는 믿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추진중인 원자재 공급선이 확보되면 우드블록 공법의 보급은 직원들에게 맡기고 그는 새로운 도전거리를 찾아 볼 작정이다.매사 이런 식이다.직원들이 뛸 수 있는 기반만 마련해주고 그는 언제나 먼발치로 물러나 앉는다.전원주 택에 살면서 그가 깨우친 나름대로의 경영철학이다.
李光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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