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한국정치사의 재평가" 이달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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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체계적이고 이론적인 현대 한국정치사 관련 서적 발간을 참으로오랫동안 정치학도는 고대해 왔다.이러한 점에서 최근 간행된 이달순(李達淳)교수의 『한국정치사의 재평가』는 정치학도들의 갈증을 풀어 주고 한국 정치학계의 미래에 빛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하여튼 이 저서는 우리나라 정치학계에서 여러가지로 중요한 뜻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우리나라 정치학 분야에서 한국정치에 관련된 연구는 해방후 주로 정치사학자에게 전적으로 위임돼 왔다.그러나 구미(歐美)정치학이 활발히 도입될 때부터 한국정치사연구에 대한 관심이 감소돼 갔다.그러다 「한국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 져간 1970년 후반기에 이르러 개강되기 시작한 한국정치론과 더불어 한국정치사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져 갔던 것이다.그러나 체계적이고 이론적이며,종합적이고 안내적인 한국정치사 연구서적의 불모(不毛)는 한국정치연구의 진전과 발전을 적잖이 억제하는 요인이 돼왔다.이제 1995년에 이르러 李교수에 의해 정치학계의 오랜숙원이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둘째,우리나라 정치학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취약점은 한국정치학도들 사이에 철학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따라서한국정치학의 궁극적 목표에 대한 일반적이고 바람직한 합의가 없어 그 연구에 많은 혼란과 갈등,시간낭비등이 되 풀이된다는 것이다. 李교수는『한국정치사의 재평가』에서 많은 정치학도들이 다같이 납득,동의할 수 있는 「민주사관」을 제안,주장했고 한국정치를 「민주사관」으로 체계화하는데 성공했다.이것은 우리 정치학계에서 높이 평가해야 할 하나의 학적 개가라고 생각된다 .
뿐만 아니라 사학에서 중요한 시대구분으로 한국정치를 절대군주시대-시민혁명시대-민주국가시대로 구분,설명한 것은 그의 독창력과 깊은 정치사적 지식을 엿보이게 하는 부면이라 생각된다.실제로 李교수는 영국.미국.프랑스.러시아등의 시민혁명 과 민주국가형성에 대한 예리한 고찰과 세밀한 과정분석에서 그의 이론적 틀이 유출된 것이다.
셋째,李교수가 한국정치사에서 나타나는 민주정부를 지적함에 있어 그는 참으로 획기적이고 인상적인 비전을 제시해 주고 있다.
李교수는 제1민주정부는 상하이(上海)에서 수립된 임시정부고 제2민주정부는 장면(張勉)정부였다고 지적한다.그리고 제3민주정부는 김영삼(金泳三)정부라고 분석,설명한다.
이것은 한국정치학의 연구목표를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입각한 정치체제를 확립,발전시키려는 정치학도에게 구체적이고 생생한 현재.미래에의 길을 밝혀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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