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KBL 판정요? 훌륭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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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프로농구 KT&G와 SK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렸던 지난달 31일 잠실 학생체육관.

경기 종료 58.3초를 남기고 심판이 KT&G 은희석에게 파울을 선언했다. 순간 관중석이 술렁거렸다. 파울 판정에 수긍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파울 선언으로 은희석은 5반칙이 돼 벤치로 물러났다. 89-86, KT&G가 한 발짝 앞서 있었지만 휘슬 하나로 승부가 뒤집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앞서 4쿼터 종료 5분 전 SK 방성윤이 얻은 바스켓 굿도 오심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경기 후 인터뷰룸에 KT&G 마퀸 챈들러가 들어왔다. “심판 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기자들이 물었다. 챈들러는 “그레잇(Great·훌륭하다)”이라고 답변했다. 반어적 표현이라는 점을 누구나 금방 알 수 있는 표정이었다.

또 하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한국농구연맹(KBL) 규정상 벌금이 부과된다. 챈들러는 이게 두려웠던 것이다. KBL 규정 84조 11항에는 경기 후 선수나 프런트가 심판에 불손한 언행을 할 경우 20만원 이상의 벌금을 물게 돼 있다. 불손한 언행에는 판정 결과에 대한 비난도 포함된다.

경기 감독관이나 구단을 통해 심판설명회를 요청할 수 있으나 이용 건수가 한 시즌 서너 번에 불과할 정도로 외면받고 있다. 이의를 제기해 봤자 개선도 안 되고 괜히 미운털만 박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죽했으면 전창진 동부 감독이 몇해 전 “벌금을 내라면 내겠다. 할 말은 해야겠다”며 심판진의 잘못을 하나하나 지적했을까. 심판 판정이 공정하다는 프로배구는 이번 시즌부터 비디오 판독제도까지 도입하고 있다. 묻고 싶다. KBL은 팬들의 눈이 두렵지 않은지를….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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