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산다>연극배우 정진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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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배우는 먼저 겸손해야 돼요.그래야 남의 연기에서 좋은 점이보이거든요.그걸 내것으로 잘 소화해내면 발전이 있지요.』 대학로 하늘땅소극장에서 공연중인 『프라이 프라이데이』에서 무인도에표류한 로빈슨 크루소역을 통해 땀이 밴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중견배우 정진각(44)씨.
그는 연극계에선 연습벌레로 통한다.성실성은 후배 연기인들에게항상 귀감이 되고 있다.
무대에 오르기 2시간전이면 어김없이 극장에 나와 몸도 풀고 목도 푼다.공연이 끝나면 또다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하나씩 고쳐나간다.그래서 그가 서는 무대는 나날이 매끄러워지고 발전한다. 충남논산 출신으로 공주중.대광고.드라마센터를 졸업했다.처음부터 연극배우가 되려고 하지는 않았다.고교시절 핸드볼선수로 장래 희망은 마도로스였다.해군사관학교를 지망했지만 신원조회에서 불합격됐다.연좌제 때문이었다.한동안 키를 잃은 조각 배처럼 공무원시험에도 응시해보고 「백수」생활도 했다.드라마센터 입학도 친구가 응시원서를 사다주는 통해 마지못해 들어갔다.그리고졸업하던 73년부터 동랑극단을 시작으로 직업배우 생활만을 20여년간 계속하고 있다.
『옛날에 비해 연극이 양적으로는 비대해졌지만 질은 저하됐어요.선.후배간 의리도 그전만 못하고,낭만도 많이 사라졌지요.』혈기로 시작한 연극인생이 이젠 어느덧 옛날을 회고하고,연극계의 앞날을 걱정하며,갈 길을 모색해야 하는 나이에 접어들 었다.
그는 무엇이든지 배우려는 진지한 자세가 장점이다.벌써 조연출도 몇편 경험해보았다.하지만 그는 『쉰이나 예순은 돼야 연출하는 거지요』라며 예의 자신의 미덕인 겸손을 보인다.지난해 늦장가를 들었고.현재 극단 「목화」멤버로 있다.『마의 태자』『춘풍의 처』『필부의 꿈』『부자유친』『도라지』등에 출연했으며 『백마강 달밤에』로 동아연극제 연기상을 수상했다.
글=李順男기자 사진=金允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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