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지렁이 감정은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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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렁이 단팥빵’ 사건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사상 초유의 지렁이 감정에 들어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 북부경찰서가 문제의 단팥빵을 제보한 김모(54·자영업)씨의 자작극 여부를 가리기 위해 감정을 의뢰했다. 김씨는 24일 동료 송모(38)씨가 먹던 빵에서 지렁이가 발견됐다며 제조업체 A사에 5000만원을 요구한 혐의(공갈미수)로 28일 경찰에 입건됐다. 김씨는 조사가 시작되자 “처음부터 지렁이가 들어 있었다”고 진술했다가 “처음부터 있었는지 먹는 도중 들어갔는지 확실치 않다”고 말을 바꿨다.

국과수 감정의 핵심은 지렁이의 외형이 손상된 원인을 규명하는 것. 하지만 지금까지 비슷한 사례를 감정해 본 적도 없고, 참고할 만한 자료나 문헌도 드물어 난감해하고 있다. 더구나 지렁이가 발견된 지 며칠이 지나면서 상태가 변한 것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국과수 관계자는 “지렁이 발견 당시에는 통통하고 촉촉한 상태였지만 지금은 말라 비틀어져 있어 정확한 감정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과수는 경찰이 촬영한 지렁이 사진을 모두 전달받아 비교해 가며 감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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