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승-손학규 오늘 조찬 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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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은 20일 제주도행 비행기를 탔다.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명예회복 소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가 전날 당 비례대표 추천위 멤버 구성을 놓고 지도부와 정면충돌한 까닭에 당에선 “박 위원장이 공심위를 보이콧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 공천심사 작업은 이날 하루 중단됐다.

박 위원장의 사퇴설까지 나돌던 대치 상황은 오후가 되면서 다소 누그러졌다. 박 위원장은 제주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퇴한다고 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집안 구성원이 여러 명인데 그중 한둘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집안을 세우는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날 보고 집안을 망쳤다고 하니까 문제인데 집안을 망쳤는지 아닌지는 달리 또 평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21일부터 공천 심사를 시작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손 대표도 “개혁 공천의 뜻은 절대 후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박 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갈등 봉합을 위해 21일 조찬 회동을 할 예정이다.

공천 탈락한 신계륜 사무총장과 김민석 최고위원이 비례대표추천위에 포함되면서 당과 박 위원장의 갈등은 한때 폭발 직전까지 갔었다. 박 위원장은 부정비리 전력자 기준에 걸려 탈락한 두 사람을 비례대표 추천위원에 선임하는 것은 원칙을 뒤집는 것이라며 펄쩍 뛰었다.

손 대표는 이날 “두 사람이 추천위원이 됐다고 이들을 구제시켜 주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체하지 않겠단 뜻을 내비쳤다. 박상천 대표도 “양 대표가 비례대표추천위를 구성하는 것은 당규에 의한 합법적 권한”이라며 박 위원장의 반발을 일축했다.

박 위원장도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손학규 대표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답답한 손 대표가 이날 오전 당직자를 집으로 보내 “비례대표위원회를 빨리 소집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하려 했지만 박 위원장은 현관문도 열지 않았다.

이런 갈등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자 당내에선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후보등록(25~26일)까지 가뜩이나 시간도 없는 상황에서 자칫 당이 수습 불능의 혼란에 빠질 뻔했기 때문이다.

김경진·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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