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21>13.환경지키는 열린 농업-한국농업의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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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앞으로 5년만 지나면 21세기가 열리게 된다.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한국농업의 위상과 진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가.
그동안 전통적인 소농(小農) 경영체제에서 자급적인 생산방식에의존해 왔던 한국농업은 급속한 시장개방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위축될 것이다.실제로 우리나라의 전체 양곡자급도는 70년의 80.5%에서 90년에는 43.1%로,그리고 지난해 는 28%수준으로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남아 돈다고 야단이던 쌀마저도 91년의 1백% 자급수준에서 94년에는 88%수준까지 크게 떨어졌다.밀 자급률은 고작 0.03%에 불과하다.
세계인구의 1할이 넘는 7억명의 인구가 식량부족으로 영양실조상태라고 보도되고 있다.식량생산 능력이 큰 舊소련(세계 4위)에 이어 중국(세계 1위)도 이미 식량수입국가로 전락했다.
현재 식량수출 여력이 있는 지역은 북미대륙(미국.캐나다)과 호주 등으로 국한돼 있으며 그나마도 환경악화를 막기 위해 휴경과 비료.농약을 덜 쓰는 농법이 권장되고 있기 때문에 획기적인증산은 어려운 실정이다.이런 상황은 필연적으로 식량자원의 무기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92년 현재 세계 식량교역량의 5%를 수입함으로써 세계 4위의 식량수입국가가 되고 있는 한국은 식량무기화 시대를앞두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막강한 곡물생산능력(세계교역량의 40%)을 배경으로 세계질서를 21세기에 가 서도 주도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미국이 아프가니스탄사태때 선택한 식량금수(禁輸)조치는 결국 소련의 붕괴를 가져왔고 걸프전쟁때 이라크의 무기력한 패배 역시 식량무기의 위력 때문이었다.
이 설움 저 설움중 배고픈 설움을 제일로 치던 시대를 기억한다면 최소한의 「먹거리」자급능력을 계속 유지해 나가는 전략이 21세기를 엮어 나갈 한국농업의 선택이 돼야 한다.그것은 국방을 위한 「율곡사업」 못지않게 우리의 안정과 번영 을 위한 국가경영전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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