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가출 靑少年문제 언제까지 두고볼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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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는 가출 청소년들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3월말까지 전국 4천2백38개 중.고교 교도주임들에게 설문을 의뢰했었다.이중 28%인 1천2백4개교가 응답해왔는데 이 응답을 분석한 결과 1년간 가출하는 청소년은 12만 명 정도였다.
그러나 우리가 5년간 가출청소년 찾아주기운동을 전개하면서 파악한 결과로는 실제 가출청소년 숫자가 그 두배쯤인 20만명에 육박한다. 가출이유는 70가지 정도로 분류되지만 누구나 예상하듯가정문제가 가장 크다.또 국교때부터 기초학습이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중3이 되면서 고교입시의 중압감과 사춘기가 겹쳐 가출하고,실업계 고교 1년생들은 열등의식에 휩싸여 적응못하고 방황하다 가출하는 경우가 많다.
멋모르고 가출한 청소년들은 험한 세상의 깊은 수렁에 빠져버리게 마련이다.특히 여학생의 경우 가출과 동시에 유흥업소로 흡수돼 「퇴폐와 향락의 인적자원」이 되고 있다.일단 수렁에 빠진 여학생의 경우는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까지 심하게 망가져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복귀하지 못하는게 대부분이다.또 남학생 역시 사회의 밑바닥을 떠돌다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집단군을 형성한다. 유행병처럼 늘어만 가는 청소년들의 가출에 대한 1차 책임은 물론 부모와 교육자들이 져야 한다.그러나 불행하게도 가출자녀를 둔 부모들은 당황하고 두려워하다 결국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고 교육당국 역시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변태영업을 일삼는 유흥업소를 단속하는 구청이나 경찰등 단속기관들도「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단속뿐이고 그나마 미성년자 고용에 대해서는 별 신경도 안쓴다.
도대체 이 심각한 가출청소년 문제를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홍수처럼 쏟아지는 가출청소년에 대한 근본대책은 없고 선도구호만 요란하니 참 답답할 뿐이다.
이번에 中央日報가 보도한 가리봉동의 「여중.고생 가출촌」은 곪을대로 곪은 청소년 문제를 생생하게 전달했고 모든 기성세대들이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보도이후 경찰과 교육청이 일제 단속에 나서고 뭔가 해보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근본 대책은 아니다. 가출청소년 문제는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서둘러 가출청소년 보호법을 제정하고 범정부적 차원에서 대책을수립해야 한다.가출한 10대 소녀들이 집단으로 모여사는 가출촌이라니,이 얼마나 부끄러운 현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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