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이런사고가>2.지하가스管위서 버젓이 굴착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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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구지하철공사장 도시가스폭발사고가 발생한 28일오후 서울강동구고덕동 지하철5호선 한 공구의 공사현장사무실.
시공업체인 L토건의 공사현장사무실 2층에 비치된 「지하시설물점검 기록일지」에는 이 구간에 매설된 도시가스관에 대한 점검이94년6월8일부터 95년4월15일까지 모두 여덟차례 이뤄진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평균 한달에 한번도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이 공구는 지난 90년9월29일부터 굴착공사를 시작했으나 지하시설물 점검일지를 보면 복구공사가 이뤄진 94년6월이후 점검만 기록돼 있다.
한마디로 지하매설물과 관련한 사고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에는 점검일지 조차 작성되지 않았던 것이다.
또 대구도시가스폭발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는 대구백화점 상인지점 공사현장의 경우 최소한의 안전수칙과 법규마저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가스폭발사고가 발생한 지하철공사현장에서 50~60m떨어진 이공사현장에서는 사고발생 바로 전날인 27일오전부터 무른 지반을강하게 보강하기 위해 그라우팅 전문업체인 P개발이 공사현장과 대구은행상인지점사이 6m소방도로에서 그라우팅 시공 을 위한 천공(穿孔)작업을 실시했다.
그러나 P개발은 도로굴착허가는 물론 가스회사와 협의조차 안한채 지하 10m 깊이의 천공작업을 강행하면서 소방도로 중간지점지하 1.5m정도에 묻혀있던 1백50㎜ 굵기의 도시가스관을 뚫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지하매설물이 묻혀있는 지 점에 대해서는 도면확인작업과 함께 가스회사 안전관리자등이 입회한 가운데 굴착공사를 하게돼 있는 최소한의 규정조차 위반했다.또 지하 7.5m이상의 굴착공사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화돼 있는「사전안전성심의」도 안받은 것으로 밝혀졌 다.
폭탄이나 다름없는 가스관이 곳곳에 널려있는데도 안전수칙을 전혀 지키지 않는 무감각이 땅밑을 안전의 사각지대가 되게하고있는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12월 서울아현동 도시가스폭발사고때 밝혀진 것처럼 사고예방및 대처를 위한 응급차단밸브와 가스누출추적장치등도 거의 갖춰져 있지 않다.이번에 사고가 난 액화석유가스(LPG)관의 경우는 가스누출경보시스템이 전혀 없는 것으 로 확인됐으며 액화천연가스(LNG)도 인수기지에서 각 도시가스 배관까지만 경보시스템이 되어있을 뿐이다.
또 각 가스회사 상황실과 정압소사이에는 누출자동점검장치가 있으나 서서히 가스가 샐 경우는 파악이 안된다고 한 가스회사관계자는 털어놓았다.
가스누출 추적 역시 기계를 갖춘 순찰차를 타고 배관망을 좇아가며 하는 원시적 수준이다.
더구나 국내에는 아직까지 가스관.상하수도.光케이블등 각종 지하매설물의 정확한 위치와 설치및 보수시기등을 상세히 전산입력한지리정보시스템(GIS)이 전무해 안전에 큰 구멍이 뚫려있다.
서울지하철 7~18공구의 감리자인 文모(30)씨는 『가스회사등으로 부터넘겨받은 도면이 실제 지하매설물의 위치와 틀린 경우가 허다하고,종합도면이 있다고 하나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일본등은 물론이고 동남아의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등국가도 완벽한 GIS를 구축해 놓고 있으나 우리는 아직 맨손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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