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評하는 北 경수로태도-北 한발짝 양보 긍정적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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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3일 일시 중단된 베를린 北-美 경수로 전문가회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외무부 한 고위당국자)고 평가했다.이번 회담에서 북한측은 지난번보다 다소 유연한 모습을 나타냈다고 보는 것이다.
그 근거는 이렇다.우선 북한이 한국의 역할을 약간 더 인정했다는 점이다.북한은 이번에 원자로 제작.시공뿐 아니라 설계에 있어서도 한국의 제한적 참여를 수용할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 회담때 원자로 제작.시공에 한해 한국기업이 하청받는 수준에서 참여하는 것은 인정할수 있다고 주장한데 비하면 한발짝양보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은 틀림없다.
또 북한이 대화는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간과할수 없다.이번에 이야기가 잘 되지 않았다고 해서 판을 깨려하지 않고北대표단을 베를린 현지에 남게해 18일 회담재개를 기다리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라는게 우리 정부측 설명이다.
외무부의 고위당국자는 이에 대해 『일단 바람직스럽다』고 논평했다. 즉 북한이 경수로 수용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지,아니면 경수로를 주한(駐韓)미군철수.평화협정체결등을 통한 한반도 역학구도의 근본적 변화를 노린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하는지 지금도 불분명하지만 북한을 설득할수 있는 대화채널이 가동되 는 것은 바람직하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태도변화가 아직은 문제해결로까지이어지는 근본적인 변화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북한이 한국형과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여전히 거부하고 있고,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대신 미국이 경수로공급 주계약자로서의 역할을 해주도록끈질기게 요구하고 있으므로 『핵심쟁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는게 정부측 시각이다.
정부는 그래서 18일 재개되는 회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때 나타날 북한의 태도여하에 따라 최소한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보다 뚜렷하게 간파할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부는 북한이 경수로 수용을 진짜 목적으로 하고 있음이 확인될 경우 북한 입장을 고려해 다소 양보해주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예컨대 원자로 설계를 우리가 맡는등 중심적 역할을한다는 조건아래 노형(爐型)을 북한측 부지사정에 맞게 약간 설계변경해 주거나 경수로 명칭문제에서 신축적으로 대응할수 있다는것 등이다.
정부는 그러나 북한이 경수로를 다른 목적 관철을 위한 수단으로 삼거나 한국형과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계속 배제하려 할 경우 누차 강조한대로 경수로 사업에 참여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李相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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