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司正바람 술렁이는 금융街-1.2금융권포함 대수술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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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또다시 금융계에 대한 「수술」이 시작됐으며 이번에는 수술대상 부위가 93년 문민정부 집권초기때보다 훨씬 넓을 것이다.』금융권 돌아가는 실정을 잘아는 어느 은행 관계자는 이번의 금융권 사정(司正) 움직임을 이렇게 내다봤다.
93년 3~5월까지 석달간 5명의 은행장이 물러났던 「제1 금융사정」때보다 분위기가 더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당시는 은행권에 대한 사정이 주류였지만 이번의 경우 1,2금융권을 모두 포함한 사정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금융계에서는 보고 있다.
덕산그룹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지시했던 청와대측은 수사결과 덕산의 비리중 상당부분이 은행.투금등 금융기관과의 결탁아래 이뤄진 사실을 확인하고 「제2사정」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한투금 경영진들이 최근 덕산 대출과 관련해 일제히 물러난 것이나 2~3일전까지만 해도 구속까지는 되지 않으리란 관측이 우세했던 봉종현(奉鍾顯)장기신용은행장이 결국 구속된 것도 고위층의 이같은 시각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금융계 의 시각이다. 효산(曉山)그룹 대출과 관련해 제일.서울신탁은행이 검사를 받게된 것 역시 효산이 대출을 받아 기업을 확장해온 행태가덕산과 비슷한데다 최근에는 투서까지 나돌았기 때문으로 금융계는보고 있다.
某은행 관계자는 『제일.서울신탁은행의 경우 투서가 많기로 유명해 사정당국이 상당히 깊은 수준까지 정보를 갖고 있으며 고위경영진을 보는 당국의 시각이 곱지않아 사정의 우선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소문이 분분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정바람을 정치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지방자치제선거를 앞두고 금융 부조리에 철퇴를 가해 문민정부의선명성을 다시 부각시키는 동시에 은행돈이 편법적인 대출 형태로선거자금화하는 것을 미리 차단하려는 뜻이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신용금고등 영세 금융기관까지도 최근 정치자금이 슬슬 드나들고있다는 소문으로 인해 사정대상으로 꼽힐 것이라 보고있다. 투금사의 한 임원은 『사정당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초까지 제2금융권의 대출비리에 대한 내사를 깊이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잔뜩 움츠러든 채 루머와 투서등 「집안 단속」에 들어갔다.
사정 회오리가 어디까지 갈지 아직 알 수 없으나 금융가에 또다시 투서가 성행하거나 덕산 부도이후 가뜩이나 까다로워진 금융기관 대출이 더욱 어려워지는등 악영향도 우려된다.
〈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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