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종이접기 공예 러시아도 반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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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종이접기 공예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이해가 더 한층 깊어졌으면 합니다."

2일 모스크바 시내 다윈박물관에서 종이접기로 만든 무궁화와 국화 등을 선보이는'한-러 나라꽃 전시회'를 개최한 임선미(43)씨는 자신의 바람을 이렇게 밝혔다. 임씨는 한국종이접기협회 모스크바 지부장을 맡고 있다.

이날부터 한달 동안 열릴 이번 전시회에는 임씨와 러시아 제자들이 만든 작품 80여점이 전시됐다. 전시회는 특히 올해로 140주년을 맞는 고려인(옛 소련 지역 거주 한인)들의 러시아 이주를 기념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전시된 작품은 전통 한지를 정교하게 접고 오리고 잘라 꽃모양을 재현한 수공예품이다. 모스크바 종이접기 클럽 회장 로만 스비리도프는 "한국 종이접기는 현재 러시아에 널리 퍼진 일본식 종이접기 '오리가미'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스타일"이라며 "정교한 기교가 가히 예술 작품의 경지에 이른 것 같다"고 극찬했다.

전시회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관심도 뜨거워 개막일에 200여명이 다녀갔다.

한국에서 10년 가까이 종이접기 강사를 했던 임씨가 러시아인들을 상대로 '손기술'을 본격적으로 전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2월부터.

그는 2000년 지사 발령을 받은 남편을 따라 모스크바로 들어온 뒤 러시아인들에게 자신이 손수 접은 작품들을 선물하다 의외로 반응이 좋은 것을 보고 협회 지부 개설을 결심했다.

현재 임씨에게서 종이접기 기술을 전수받고 있는 러시아인 회원은 모두 60여명. 임씨는 "일본 오리가미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러시아에 한국 종이접기 기술의 우수함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임씨는 오는 5월 가족종이접기 페스티벌을 열 예정이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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