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품송 썩은 가지 빨리 제거 안 하면 몸통까지 번질 수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속리산 정이품송의 1990년(사진<上>)과 최근 모습. [보은=뉴시스]

천연기념물 103호인 충북 보은군 속리산 정이품송의 노쇠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1980년대 중반 솔잎혹파리에 감염돼 수세(樹勢)가 급격히 악화된 정이품송은 93년 이후 강풍·폭설로 큰 가지 4개 중 2개가 부러진 데다 지난해 3월 강풍에 큰 가지 1개가 더 부러졌다. 강풍에 부러진 가지는 검게 변했고 나머지 가지도 9개의 철제 지지대에 의지한 채 힘겹게 버티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문화재청·보은군청의 의뢰를 받아 이 나무를 정밀 진단한 충북대 차병진(식물의학과) 교수는 “강풍에 부러진 가지가 썩어 주변으로 번지고 있다”고 13일 진단했다. 차 교수는 “몸통까지 파고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서둘러 썩은 부위를 제거한 뒤 방부처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 교수는 “뿌리 부분을 덮고 있는 10~30㎝의 복토층이 뿌리 생장과 호흡에 지장을 주고 있다”며 “잔뿌리가 지표면까지 올라오도록 흙을 제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복토층은 74년 속리산 진입도로를 확·포장할 때 인근 도로와 높이를 맞추기 위해 채워진 것으로 뿌리가 썩는 원인으로 지적돼 7년 전 50㎝가량을 파내기도 했다.

차 교수는 “정이품송은 600년이 넘은 노쇠한 나무로 인위적인 수술보다는 주변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며 “바람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주변에 방풍림을 조성하고, 나무를 감고 도는 도로를 직선화해 나무로부터 멀어지게 하면 정이품송의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