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후반기 정신건강 위해선 알찬 은퇴설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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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국적으로 조기은퇴 바람이 불고 있다.어차피 사회는 피라미드식 구조를 띠기 마련.따라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스스로 적기에조직으로부터 자신을 독립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문제는 급변하는 과도기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봉급생활자들은 준비없이 어정쩡하게 은퇴를 맞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인생은 2라운드다.
은퇴전의 직장생활인 1회전은 젊고 가능성이 많아 누구나 어느정도의 자기 생활은 가질 수 있으나 제한성이 많은 은퇴후 2회전은 계획된 준비하에 맞이하지 않으면 불행한 인생이 되기 쉽다.어떻게 인생의 후반기를 알차고 보람있게 보낼 수 있으며 이를위해 극복해야 할 문제점과 대책은 무엇인가.
첫째,우리나라는 부부가 함께 하는 부부문화가 없다.
고려병원 정신과 이시형(李時炯)박사는 『은퇴후 가장의 위치가급격히 하락하는 경우가 많은데 은퇴후 집에 있는 가장의 존재를가장 귀찮아 하는 사람이 바로 부인일 때가 많다』고 밝혔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은퇴전에 부인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 부부가 함께 있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
이어 李박사는 『대부분의 부모와 자식이 독립된 생활을 갖길 원하는 요즈음은 특히 나이가 들수록 부부간의 사랑을 꽃피워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부인을 자신의 내조자 이전에 평생을 함께 해 온 전우이자 동료로 생각하는 발상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둘째,직장생활을 하던 사람은 지나치게 자기 체면에 얽매여 있다.은퇴후의 멋진 인생을 위해선 과거로부터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대기업의 대표가 은퇴후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의 수위가 되거나 시장이 은퇴후 택시운전을 하는 등은 흔한 일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은퇴후 다방같은 곳에서 동창들과 비생산적인 만남을 하거나 바둑등으로 소일하는 사랑방 문화가 대부분이다. 보람된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는 은퇴후의 자신을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입장을 떠나 성숙한 성년 시민으로 새롭게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우리사회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봉사활동의 손길을 도처에서 필요로 하고 있다.이를 위해 사회의 유 기적인체계가 필요한 것도 물론이다.
셋째,부모가 성년이 지난 자식 때문에 자신의 일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성년이 된 자식의 인생은 자기 자신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부모가 직장과 배우자 선택까지도 깊숙이 관여해 오히려자식을 불행하게 만드는 경우를 주위에서 흔히 본 다.전문가들도성인이 된 자식의 문제는 자신이 처리하도록 하는 성숙된 부모로서의 태도가 부모-자식 상호간에 도움이 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넷째,직장생활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인간의 뇌는 계속 써야 노화가 덜 일어나고 치매에 걸릴 위험도 줄어든다는 것은 이미 의학적으로 인정된 사실.직장 생활을 할 때 시도해 보지 못한 새로운 자격증 을 딴다든지 부부가 함께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것도 좋다.
다섯째,은퇴를 앞둔 남편을 둔 부인은 은퇴후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한다.예를 들어 문화사업 같은 것은 보람도 있고 앞으로 점점 더 문화욕구가 많아져 수익사업으로서의 전망도 밝다는 것.
끝으로 부부가 함께 운동등의 체력관리를 해보는 것도 행복한 노년을 보내기 위한 필수요건이다.
黃世喜 本紙의학전문기자.醫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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