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예비시험 분석해 보니…사고력이 좌우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6일 실시한 LEET 예비시험에서 한 수험생이 답안작성에 골몰하고 있다.

8월에 실시될 LEET(Legal Education Eligibility Test:법학적성시험)의 예비시험이 지난달 26일 치러졌다. 지금까지 2차례에 걸쳐 예시 문항이 발표됐지만 본 시험과 똑 같은 시간과 문항 수, 형식으로 치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적으로 평이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제한시간을 감안하면 충분한 변별력을 갖췄다는 평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로스쿨의 강신창 본부장은 “비록 예시문항보다 쉬웠지만 지문이 긴데다 다양한 영역을 아울러 깊이 있는 사고력이 요구된다”며 “실제 시험에 대비하려면 보다 어려운 문제로 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LEET시험의 관건이 ‘시간관리’란 얘기다.


언어이해 >>생소한 학문 이해도 높여야
전반적으로 쉬웠다. 사회학 및 법학 관련 지문 비율이 다소 높았다.
합격의 로스쿨 채정한 강사는 “제시문에 대해 종합적이면서도 세부적으로 속속들이 이해해야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였다”며 “특정분야와 다른 학문을 연결지어 이해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문제도 나와 폭넓은 지식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제시문의 이해 뿐 아니라 논리적 허점이나 강점을 찾아 글쓴이의 주장을 약화 또는 강화시키는 능력도 길러야 한다.
이날 시험을 치른 김현철(36·치과의사)씨는 “아주 생소한 분야의 지문이 길게 출제돼 시간안배가 힘들었다”며 “남은 6개월 동안 폭넓은 독서와 시간안배 훈련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시험 결과 관계자들은 언어이해 영역에 대비, 크게 두 가지 능력을 키울 것을 강조한다. 여러 학문 영역에 대한 전반적이면서도 상세한 이해 능력 및 제시문을 논리적으로 읽는 능력이다. 지문에는 드러나있지 않더라도 필자의 주장이 참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전제요건 및 귀결들을 찾아내는 능력이 요구된다. 또 추론·비판·창의력을 요구하는 문제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추리논증 >>논증영역 준비가 관건
다소 어려웠다는 평이다. 평균점수가 55점 정도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예시문항에서 출제되지 않았던 판단 및 평가영역이 많이 출제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본시험의 유형 배분은 이번 시험과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합격의 로스쿨 조호현 강사는 “정답이 분명한 추리영역과 달리 논증영역은 여러 개의 진술들을 나열한 다음 옳은 것을 모두 고르도록 요구하는 등 정답을 찾기가 더욱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이라고 밝혔다.
논증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얻으려면 기본지식 외에도 많은 논증 지문들을 직접 분석·재구성하는 부단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상진(26·한양대)씨는 “모의고사를 봐도 논증영역 점수가 낮게 나와 고민했었는데 이번 시험에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며 “풀기 힘든 문항은 빨리 넘기고 풀 수 있는 문제에 집중하는 것도 요령인것같다”고 조언했다.

총 120분 내에 40문항을 풀기란 만만치 않다. 시간에 쫓기다보면 정작 한 문제도 똑바로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1번 문제부터 차근차근 푸는 습관 때문에 추리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쓰고 논증에서 모자란 시간을 확보하려 한다면 고득점을 노릴 수 없다. 논증 지문은 상대적으로 분석을 철저히 하지 않는다면 ‘감’에 따라 답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목표량을 줄이고 대신 자신이 손을 댄 문제는 모두 맞히겠다는 생각으로 시험에 임해야 한다.

이번 시험으로 미뤄볼 때 최근 시중에 나도는 LSAT(미국 법학대학원 적성시험)의 번역문제는 LEET의 대비법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지문의 길이나 질문의 형식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논리사고의 김병년 강사는 “신문이나 주간지, 과학잡지, 비판적 사고 관련 교재 등에서 논증 지문을 재구성하고 가정이나 숨은 전제를 찾아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비시험 문제를 접한 전문가들은 행간에 숨어있는 의미를 찾고 논증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키는 새로운 정보를 조합한 후 논증을 비판하거나 반박하는 훈련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논술 >>시사문제 깊이 파고 들어야
논술영역은 대학입시에서 논술을 경험했던 수험생들에게 유리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예시문항이 비교적 어려운 철학적 지문과 대화문 등을 다루었던 것에 비해 비교적 평이한 지문과 명료한 문제 제기가 논제로 제시됐다.

제시문의 핵심 및 논리적 추론 방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답안을 작성하기 힘들다. 특히 논제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까지 평가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따라서 평소 시사에 관심을 가지고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 방식을 깊이 있게 사고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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