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신비>7.청개구리의 求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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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해가 질 무렵이면 낮 동안에 숲속에서 비교적 조용하게 있던 청개구리의 소리내는 빈도가 서서히 증가한다.
그러다가 몇몇 청개구리가 먼저 논으로 들어와 소리를 내기 시작하게 되면서 다른 개체들이 하나 둘씩 논으로 뛰어들게 된다.
낮에 나무위에 있던 개체들은 조금씩 낮은 가지쪽으로 내려와 논쪽을 향해 길게 뻗은 가지 끝으로 이동,논 아래로 다이빙하여들어간다.높이가 2m이상 되는 지점에서도 이들은 과감히 뛰어든다. 아직 추운 봄기운으로 청개구리가 소리를 내는 빈도는 높지않다.그리고 한번「꽥」하는 소리도 길게 들린다.
그러나 차츰 기온이 올라가면서 이 소리는 아주 빨라지고 소리의 길이는 아주 짧아진다.말하자면 개구리는 온도가 올라가면 그소리를 짧게,아주 빠른 반복을 보인다.이러한 경향은 암개구리가낮은 온도때엔 느린 빈도를 좋아하고 온도가 높 아지면 빠른 빈도의 소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바로 암개구리의 뇌에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뉴런이 있어온도가 높아질수록 높은 음의 빈도를 선호하도록 작동하고 있다.
개구리는 모두가 수컷만이 소리를 내고 암컷은 그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발달되어 있다.물론 우는 수컷들도 소리는 들을수 있다.
그래서 소리를 내는 수컷들은 이 소리를 통해 어둠속에서 자기들의 거리를 아주 적절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이웃 개체로부터소리가 너무 가깝게 들리면 자신의 위치를 조금 이동하는 식으로거리를 유지한다.
만일 이때 이웃 개체에게 너무 가까이 접근하면 이웃 개체는 그동안 울던 짝짓기 소리를 멈추고 공격의 소리로 바꾼다.바로 이웃 개체는 자기가 여기 있으니 가까이 오면 안된다는 경고의 표시를 하는 것이다.
청개구리의 짝짓기 소리는 5월에 절정에 달한다.개구리는 생식을 위해 집단을 이루며 큰 집단에 의한 소리합창이 작은 집단의소리합창에 비해 먼 거리까지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수컷들이 모여 만드는 구애장이 형성된다.이곳에서 공 동의 신호가 암컷의 유인을 촉진해 짝짓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이들이 모인 구애장에서 소리내는 능력이 떨어지는 수컷들도 있게 마련이다.이때 큰 집단에 참여해 보다 매력적인 소리를 듣고 다가오는 암컷을 중간에 가로챌 수 있는 이점도 생겨난다.
구애장에서의 수컷들의 경쟁은 어느 동물사회보다 치열하다.짝짓기 소리가 뛰어난 수컷의 짝짓기를 위한 전략은 여러가지로 나타난다. 즉 짝짓기 소리가 뛰어난 수컷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다가소리를 듣고 접근하는 암컷을 중간에 가로채는 들러리꾼 전략을 갖는 개체도 있고,일정한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이리저리 이동하며 소리꾼과 들러리꾼 전략을 번갈아 사용하는 기회주의 적 성향을 갖는 개체도 있다.그래서 이 개구리들의 구애장에서는 멋진 목소리의 주인공이거나,아니면 남의 소리를 이용할 줄 아는 놈들만이 암컷에 의해 선택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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