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2차 6자회담 이틀째] 공동발표문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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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밤 나온 북한 대표단의 성명은 각국 대표단을 잔뜩 긴장시켰다. 본회담장에서 이틀 동안 미국과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던 북한이 장외에서 미국의 태도를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북한의 성명 요지는 북한은 핵동결과 상응조치를 명확히 제기했는데 미국이 그동안의 선(先)핵폐기 입장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명은 "그 때문에 현재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를 강조한 데서 성명은 판을 깨기보다 막바지 협상에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비난 수위가 세지 않은 데다 성명 자체가 차석대표들 간 공동발표문 문안 조정회의가 끝난 직후 나왔기 때문이다.

회담 관계자는 "성명 내용은 회담장에서 나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의 성명은 이날 공동발표문에 들어갈 북핵 해법을 놓고 참가국 간에 적잖은 진통을 겪은 것과 맞물려 있는 듯하다. 회담 테이블에 올라온 해법은 두가지다. 먼저 북한의 모든 핵폐기 선언과 참가국의 서면 대북 안전보장 의사 표명 문제는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고 한다. 북측이 주장해온 이른바 '말 대 말'의 공약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 활동을 동결하고, 참가국이 상응 조치를 하는 '1단계 행동조치'에 대한 합의까지 요구하면서 논의가 복잡해졌다. 북한은 그동안 참가국의 상응조치로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정치.경제적 봉쇄 및 제재 철회, 에너지 지원을 요구해 왔다. 북측 태도에는 "아무런 대가 없이 핵 포기를 선언하고, 그 과정에 들어가는 합의를 하고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 엿보였다. 참가국 가운데 한국.중국.러시아가 북한의 핵동결시 북한에 중유 공급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북한은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일부 사안에 대해 조건을 붙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 동결이 핵 폐기의 과정이 아니라 2차 핵위기가 불거진 2002년 10월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뿐 아니냐는 우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 군사용은 물론 평화적 목적의 핵활동 동결도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그래서 북한의 성명은 미국의 이런 태도에 대한 불만 표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런 만큼 북한의 이번 담화로 회담이 깨질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다. 실제 회담에선 두가지의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한다. 하나는 참가국 차석대표로 구성된 실무협의단(Working Group) 회의 개최를 통한 회담의 정례화다. 다른 하나는 어떤 식으로든 공동발표문을 내기로 한 점이다.

지난 1차회담 때 차기 회담의 날짜조차 잡지 못했고, 공동발표문 대신에 중국이 회담 요약문을 냈었다. 실무대표단 접촉에선 공동발표문에 한반도 비핵화, 북핵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포함시키는 데 원칙적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 대 말'공약과 1단계 행동조치란=말 대 말 공약이란 북한이 핵포기 의사를 표명하고 미국은 대북 적대시 정책을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일괄타결 방식이 어려울 경우 말 대 말 공약과 더불어 첫 단계로 핵동결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베이징=오영환 기자, 유상철.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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