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영화배우 최종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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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투캅스2」와 「마누라 죽이기2」에서는 주연을 예약해 놓았습니다.』 상영중인 영화 『영원한 제국』(감독 박종원)과 『남자는 괴로워』(감독 이명세)에서 주연 못지 않은 조연으로 눈부신 활약을 한 연극배우 출신 최종원(46)의 뼈있는 농담이다.
『영원한 제국』에서 그는 강력한 왕권과 세대교체를 통한 중앙집중적 정치를 펴려는 정조(안성기扮)에 맞서 원로의 경험과 합의를 바탕으로 한 신권정치를 논리적으로 역설한 심환지역을 열연했다.노회하면서도 곧은 구신의 모습을 연극무대에서 닦은 탄탄한연기력으로 적확하게 묘사했다는 평이다.
『남자는 괴로워』에서는 마누라 등쌀에 무기력증에 걸리지만 직장에선 만년대리란 타이틀이 대수냐는 태도로 안분지족을 즐기는 최대리 역이다.
이뿐인가.지난해에는 『투캅스』에서 애교있는 암흑가의 두목으로,『마누라 죽이기』에서는 최진실에게 번번히 당하는 엉성한 킬러로 나와 웃음을 맘껏 선사했다.그래서 사람들은 그에게 「주연보다 돋보이는 빛나는 조연」이란 훈장을 달아주었던 것이다.요즘엔『최종원의 조연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 그러나 그는 이런 찬사엔 아랑곳하지 않는다.『솔직히 현찰박치기(출연료를 즉시 지불받는다.그것도 연극출연료에 비하면 엄청 큰 액수로)의 매력이 영화를 찍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말하지만 『영화에 접근하는 방법을 이제 알것 같다』고 털어놓는겸손한 연극인이자 영화인이다.영화출연료는 그를 다시 연극인으로돌려보내는 여비 역할을 한다.최종원이 출연료를 받고 동숭동에 「떴다」하면 그날 저녁은 「외도한」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날이 되고 만다.
그는 영화판에서도 촬영이 끝나면 후배 감독들에게 자기의 의견을 기탄없이 내놓는 매서운 선배이기도 하다.지난해 『마누라죽이기』를 찍을 때는 11월 찬 날씨에 속초 앞바다를 수십번 들락날락했다.이 장면은 원래 웃음보따리가 쏟아지는 부 분인데 스태프들은 감히 그의 진지함에 웃지도 못했다는 후문이다.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을 나왔고 89년 『아버지의 바다』로 대한민국연극제 연기상 등 다수의 연극상을 받았다.영화출연은 78년 고영남감독의 『비목』이 처음.그때부터 단역.조연으로 출연한영화가 30여편.주연을 맡고 싶은 마음을 헤아리 고도 남는다.
글:李揆和.사진:吳東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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