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발항공기 국내 첫 제작-항공우주硏.삼성항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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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광복 50주년 초도비행을 목표로 제작되고 있는 국내 최초의 쌍발항공기가 오는 3월께면 외양을 갖추고 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쌍발항공기의 개발.제작을 맡고 있는 항공우주연구소(소장 洪在鶴)와 삼성항공은 최근 비행기 동체 제 작을 위한 「거푸집」작업에 착수,올 봄 안에 조립을 완전히 끝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근모(鄭根謨)과기처장관은 이같은 계획을 9일 청와대에 새해주요 업무로 보고했다.
지금까지 「국산」으로 분류할 수 있는 비행기는 지난 53년의「부활」을 시작으로 최근 레저.스포츠용으로 호평받고 있는 「까치」까지 모두 8종이 제작된 바 있다.그러나 이들은 모두 단발항공기라는 것이 공통된 특징으로 쌍발항공기 제작 은 이번이 처음이다.부활은 50년대 초 우리 공군이 용접강관과 알루미늄 박판(薄板)을 주재료로 만든 2인승 경항공기로 국산1호 항공기로알려져 있다.프로펠러와 엔진이 2개씩인 쌍발항공기는 단발항공기와 기술적인 측면에서 여러모로 차이 가 있다.한 예로 단발항공기는 프로펠러가 한 방향으로만 회전하기 때문에 동체는 이와는 반대로 힘을 받는데 반해 쌍발항공기는 두 프로펠러의 회전방향을달리함으로써 동체가 특정 방향으로 쏠리지 않는 비행 특성이 있다. 쌍발항공기는 또 비상시 프로펠러 하나가 작동을 정지하더라도 비행이 가능토록 설계돼야 하는 것도 단발항공기와는 다른 점이다.이런 점에서 쌍발항공기 제작은 국내 항공기 제작기술을 한단계 끌어올린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쌍발항공기는 또 복합재료만을 사용한 국내 최초의 경비행기라는 점에서도 기술적으로 큰 중요성을 갖는다.그간 동체 재료의 주종을 이뤘던 알루미늄은 최근 거의 사용이 중단된 상태며,세계적으로 경비행기 동체는 복합재료를 쓰고 있는 추세다.낚싯대에 주로 사용되는 카본.글라스파이버와 매우 유사한 복합재료는 알루미늄에 비해 무게가 10%이상 가볍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항공기는 우선 가벼워야 적재중량을 늘릴 수 있고,비행속도또한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복합재료 비행기는 그러나 동체를 붕어빵 찍듯 거푸집에서 찍어내기 때문에 이 작업중 실수가 있을 경우 비용부담이 큰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또 복합재료는 전기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벼락으로 인한 손상우려가 알루미늄 비행기보다 큰 것 또한 단점이다.
이 쌍발비행기는 8인승에 전장 11m,날개폭 13m며 복합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동종의 알루미늄 동체 비행기보다 순항거리가 적어도 5%이상 늘어나 총 1천8백㎞쯤이 될 것으로 개발진은 전망하고 있다.순항속도는 시속 3백30㎞.
항공우주연구소 항공사업단 이종원(李宗遠.복합재료쌍발기 개발그룹)박사는 『이번 쌍발기 제작은 경제성이 떨어져 국내 생산이 어려운 엔진.항법장치 등을 제외하곤 완전 국산기술로 이뤄졌다』며 『이는 국내 항공기술이 프로펠러를 이용하는 경 비행기 정도는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것』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이번 쌍발기 제작으로 향후 대륙간을 취항할 수 있는 중대형 항공기 개발기술을 상당부분 습득하게됐다는데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개발 팀은 빠르면 올 8월중 이쌍발기의 시험비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쌍발비행기 제작사업은 93년 가을 착수됐으며 과기처가 36억원,삼성항공이 18억원을 연구비로 투자했다.
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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