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띠 해 맞아 더 인기 … 미키마우스 80년 장수 비결은 끊임없는 캐릭터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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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정밀 미키마우스 탁상 시계.

미키마우스가 신났다. 무자(戊子)년 쥐띠 해를 맞아 인기가 치솟기 때문이다. 미키마우스 캐릭터 탄생 80주년을 맞은 월트디즈니사의 탁월한 마케팅 전략도 새삼 조명을 받는다.

◆미키마우스 상품 봇물=유통업계는 미키마우스의 ‘팔순’을 톡톡히 활용하고 있다. 월트디즈니 한국지사가 지난해 라이선스를 준 ‘미키마우스와 친구들’ 캐릭터 제품은 400여 종에 달한다. 박상언 마케팅 부장은 “한 해에 보통 200가지 신제품을 개발하던 것을 지난해엔 두 배로 늘렸다”고 말했다. 품목도 완구와 의류 중심에서 MP3플레이어·가습기·전기장판 같은 소형 가전으로 다양해졌다.

미키마우스의 위력은 레인콤의 MP3플레이어 ‘엠플레이어’ 열풍에서 잘 드러난다. 쥐띠 해를 앞두고 지난해 6월 선보인 지 7개월 만에 35만 대가 팔렸다. 단순한 디자인, 미키의 귀를 잡아당겨 볼륨을 조절하고 선곡하게끔 한 아이디어 등이 손님을 끌었다. 여기에 쥐띠 해 맞이 선물로 좋다는 ‘광고 카피’가 호응을 얻어 성탄절을 전후해 판매량이 세 배 정도로 늘었다. 레인콤 측은 “지난달 미국 디즈니랜드에서 엠플레이어 판매를 시작했다. 유럽·아시아 등 30개국 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1분기까지 100만 대를 파는 게 목표다. 유진정밀의 ‘미키스포츠 탁상시계’나 BK월드의 ‘디즈니 미키 초음파가습기’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잘 나가는 편.
 

BK월드 미키마우스 가습기(左). 레인콤 엠플레이어(右).

◆미키마우스 마케팅 전략=미키마우스 캐릭터의 인기가 80년 넘게 식을 줄 모르는 건 무엇 때문일까.
 
첫째, 쥐를 기피하는 습성 때문에 한 번 정상에 오른 미키마우스 캐릭터가 독보적 자리를 오래 지키기 쉬웠다는 점이다. 가령 해마다 띠 동물을 내세운 마케팅이 활발하지만 쥐띠·뱀띠 해는 그렇지 못하다. GS리테일의 임병옥 마케팅팀장은 “쥐나 뱀은 징그럽고 더럽다는 부정적 인식이 심해 캐릭터화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2006년과 지난해만 해도 돼지해를 겨냥한 ‘황금돼지’ 상혼이 판쳤지만 올해를 앞둔 ‘쥐 마케팅’은 미키마우스를 빼곤 눈에 잘 띄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확고한 지명도와 친밀감을 확보한 미키마우스가 쥐 마케팅의 독보적 상징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둘째로 월트디즈니의 캐릭터 사업 수완도 주목된다. 이 회사는 80년 동안 미키마우스 캐릭터를 세분화해 고객층을 넓혀 왔다. 유아용 상품에 쓰이는 ‘베이비 미키’, 중년을 겨냥해 복고풍 의상을 입힌 ‘클래식 미키’, 발랄한 이미지로 10, 20대에 다가서려는 ‘컨템퍼러리 미키’ 등이다.

소비재 시장의 흐름을 재빨리 읽어 제조업체에 참신한 디자인을 앞장서 제시한 것도 캐릭터 장수의 비결이었다는 지적. 신라대 만화애니메이션 전공 송낙웅 교수는 “새로운 상품과 콘텐트가 계속 나와야 캐릭터가 생명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캐릭터 업계는 특정 디자인이 좀 뜬다 싶으면 관련 상품을 쏟아내다가 판매가 시들해지면 금세 다른 캐릭터로 옮겨타곤 한다”고 지적했다.

임미진 기자

◆미키마우스=1928년 11월 미국에서 상영된 동시녹음 만화영화 ‘증기선 윌리’에 등장한 쥐 캐릭터. 이후 눈에 흰자위가 생기고 장갑을 끼는 등 모양과 분위기를 조금씩 개선해 가며 세계 최고의 인기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이 캐릭터로 월트디즈니가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수십억 달러(수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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