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한국 최고의 영화배우 안성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영화배우 안성기가 본사가 실시한 전국규모 설문조사에서 한국 최고의 영화배우로 평가됐다.일반인들은 인기와 연기 모두에서 그를최고로 꼽았고 문화예술계 교수와 평론가 대상의 전문가 설문에서도 1위로 선정됐다.
안성기의 인기를 잘 말해주는 일화가 있다.올해 도쿄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아 일본에 머물고 있던 그는 9월30일 한국의감독.제작자들과 함께 교토의 명승지인 긴카쿠지(金閣寺)를 찾았다. 바로 이날 조용하던 절간은 한국의 모 예술고교 수학여행단이 절에 들어서면서 삽시간에 소란의 도가니가 됐다.1백여명의 남녀학생들이 안성기 주변을 둘러싸고 기념사진과 사인공세를 펼쳤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의 만류로 물러난 학생들에 이어 곧 두번째 파동이 밀어닥쳤다.누각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던 40~50대 한국인 남녀관광객이 몰려든 것.
일정을 마치고 호텔입구로 막 들어서던 안성기에게 세번째 사건이 닥쳤다.택시를 기다리던 일본인들이 『안송(성)기상』하면서 달려들어 사인을 부탁한 것이었다.그날 일행의 통역을 맡았던 20대중반의 일본여성 하세가와 유키코는 『한국에서 공부할때 영화에서 안성기씨를 자주 봤는데 국적과 연령에 관계없이 크게 호감이 가는 배우』라며 역시 사인을 받아갔다.안성기의 국제적 인기를 확인하는 현장이었다.
이런 인기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영화인들은 한결같이 『영화를찍을 때마다 배역을 철저히 분석한후 이에 몰두한다』는 것과 『당장의 인기나 수입에 집착하지 않고 충분한 시간여유를 가진후 영화에 나선다』는 점을 지적한다.잘 생긴 얼굴이 나 멋스런 스타일이 아닌 감칠맛 나는 다양한 연기변신이 관객을 사로잡는 비결이라는 것이다.이는 함께 영화를 만들어 본 감독.제작자.배우들이 그를 「가장 마음에 드는 배우」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역따라 평소행동도 달라져 『투캅스』에서는 능글맞은 형사로,『남부군』에서는 처절히 살아가는 빨치산으로,『태백산맥』에서는 이념의 공허함을 강조하는 지식인을 연기한 안성기는 배역에따라 평소 행동거지와 말투마저도 바꾸는 프로근성을 보인다.
갈수록 무게와 깊이를 더하는 탄탄한 연기로 안성기는 오래도록최고의 자리를 계속 지킬 것이라는게 많은 사람들의 평이다.이제해외로 눈을 돌려 국제적인 스타의 자리에 올라설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의견도 많다.
글 :蔡仁澤기자 사진:金鎭錫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