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추진할 실무총리 선택-李洪九총리 발탁 배경과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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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17일 이홍구(李洪九)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을 집권 3차연도를 끌고갈 신임총리로 지명했다.
李총리내정자의 지명배경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설명은『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과 함께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세계화구상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金대통령이 집권중반기를 관통할 국정운영목표로 세계화를 내세우고 있는만큼 이에 부합하는 인물로 李부총리를 지목한 것이다.주돈식(朱燉植)청와대 대변인은『金대통령은 李부총리의 풍부한 행정경험과 능력.청렴도등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金대통령으로서는 앞으로 남은 3년남짓한 재임기간중 세계화와 내년의 지방자치선거에 따른 지방화,남북관계의 급변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정치총리나 얼굴용 총리보다는 실무형 총리를 선택한 셈이다.더이상 시행착오도 곤란하다는 판단에 따라 깜 짝 쇼 성격의 새인물보다는 능력이 검증된 인물을 발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金대통령은 李총리내정자가 미국을 잘 알고 주영(駐英)대사와 월드컵축구대회유치위원장등을 지내면서 국제감각을 익힌데다 통일원장관을 두차례 역임하면서 보인 행정경험과 역량을 높이평가했다는 것이다.
金대통령은 이와함께 李총리내정자에 대한 국민의 이미지가 좋은편이고 삐걱대는 외교안보팀을 그나마 잘 꾸려갔다는 평가를 하고있다는 후문이다.
더구나 李총리내정자는 야당과도 관계가 좋아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과정에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점도 고려됐음직하다.말하자면 金대통령은 가장 안전하고도 예상을 뛰어넘지 않는 수준에서 총리를 선택한 것이다.
金대통령이 발표시기를 앞당긴 이유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청와대측은『앞당긴게 아니라 국회 일정때문에 오히려 늦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됐다면 총리내정은 16일께발표됐을 것이란 얘기다.
그렇지만 청와대의 핵심참모들은 총리내정 발표시기를 임시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21일께로 잡고 국회의 임명동의안 처리시기를 23일로 잡았던 것도 사실이다.
민자당 일각에서『김종필(金鍾泌)대표가 용퇴를 시사하는듯한 발언을 한 시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주의해볼 대목이다.더구나 金대표의 청와대 주례회동이 이날오후로 잡혀있었다.
또 민자당 민주계에서 그동안 구(舊)여권인사 등용 반대론이 제기되는등 반발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아예 정치적으로 무색무취한 李부총리를 내정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와는 별도로 정부조직의 개편으로 공직자사회가 동요하는 것을조기에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수렴한 측면도 있다.金대통령은 16일 청와대 수석회의에서도 공무원사회의 안정을 당부한바 있다.내각의 연속성을 유지한다는 측면도 없지 않다.
金대통령은 총리인준이 끝나는대로 새총리의 제청을 받는 형식으로 전면개각을 단행하고 이어 청와대의 직제개편과 참모진의 개편을 발표할 예정이다.또 차관급 대폭인사도 예고돼 있다.개각 시기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21,22일께가 될 가능성이높으며 청와대 비서진과 차관급 인사도 내주말과 그 다음주초로 이어진다.연말의 정국을 자신의 주도아래 두어 내년 전당대회정국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李부총리의 총리내정으로 청와대 비서실장에는 경제도 잘알고 행정력도 갖춘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이 있으며 안기부장에는 민주계의 실세중 한명이 갈 가능성이 비교적 커졌다.재정경제원.외무.
내무.국방.교육.통상자원.문화체육.정무1장관등의 교체가 유력시된다.1년내내 대형 사건.사고로 시달려온 金대통령은 11월 亞太 3국과 亞太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세계화를 내세우면서 정국의 중심을 다시 자신에게 끌어오는데 성공했다. 이제 개각으로 분위기를 일신하고 정치권을 활성화하면서 세계화 계획을 차례차례 펼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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