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대던 한·미 관계 나아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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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의 전문가와 언론들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지난 5년 동안 삐거덕거렸던 한.미 관계에 '푸른 신호등'이 켜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간 USA투데이는 앞으로 한.미 관계가 더 우호적으로 바뀔 것 같다고 전했다. 신문은 선거일을 하루 앞두고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인 유권자들이 미국에 더 우호적이고 북한에는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을 준비가 돼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선 반미가 전혀 이슈가 되지 않아 반미 바람을 타고 노무현 후보가 당선했던 5년 전과는 정반대라는 것이다. 신문은 또 "한.미 관계에 개선의 여지가 크다"는 미 다트머스대의 한국 문제 전문가 데이비스 강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대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데릭 미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새 대통령은 무엇보다 흐트러진 한.미 동맹 관계를 다시 굳건히 다지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특히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종종 미국과 엇박자를 노출했던 노무현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 철저한 한.미 공조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번스 리비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한.미 관계 개선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그간에 했던 이 당선자의 발언 등으로 미뤄 보면 한동안 소원했던 양국 관계가 회복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한.미 간 핵심 현안 중 하나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양국 의회.국회의 비준을 앞둔 상황에서 경제에 밝은 이 당선자의 취임이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중국의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이 당선자의 대외 정책 핵심은 '원칙이 있는 실용외교'에 있다"며 "이에 따라 전통적인 대미 관계와 함께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발전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경제연구소와 우드로 윌슨센터 등 미국의 일부 싱크탱크는 세미나를 열어 이 후보의 당선에 따른 한.미 관계 변화를 짚어볼 계획이다. 미국의 전직 고위 관료 등 연구원으로 일하는 정책 연구기관인 우드로 윌슨센터는 20일 한반도 전문가 등을 초청해 향후 한.미 관계와 남북 관계 등을 조망하는 세미나를 연다. 미국의 한미경제연구소(KEI)도 리비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면 한.미 동맹과 북한 핵 문제 협상 등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분석하는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반미가 이슈가 되지 않은 점에 특히 주목하면서 정권 교체 뒤 한.미 동맹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를 담당하는 연구원을 서울에 보내 한국 대통령 후보들의 이념 성향 등을 조사한 헤리티지재단도 이번 선거를 분석하는 자료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뉴욕=이상일.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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