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150원도 아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환율을 떠받치던 정부 규제가 풀리자 환율이 속절없이 떨어졌다.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15일부터 시행한 역외 차액결제 선물환(NDF) 거래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한다고 18일 밝혔다. 이 소식으로 이날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9원 내린 1천1백52원으로 마감돼 1천1백50원 선마저 위협받게 됐다.

이번 조치는 외국 금융기관 등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의 NDF 매각 초과 포지션을 단계적으로 줄여 한도를 없앤다는 내용을 담았다.

재경부 관계자는 "환 투기를 막기 위한 부득이한 규제였지만 일부 금융기관이 손해를 보는 등 시장에 부담을 준다는 여론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변칙거래를 막기 위한 시장 개입은 계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정부가 시장 분위기를 무시하고 규제를 고집했다가 한달 만에 슬그머니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이 같은 우왕좌왕 정책으로 외환당국이 국내외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외환은행의 한 딜러는 이날 환율 급락에 관해 "NDF 규제완화 조치말고도 외국인 주식 투자, 수출 대금 결제에 따른 환전수요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달러는 이날 전세계적으로도 약세를 보여 유로-달러 환율이 처음 1유로당 1.29달러를 돌파했다.

JP 모건 체이스의 예측처럼 원-달러 환율이 연말이면 1천50원대까지 내릴 수 있다고 점치는 전문가들도 늘고 있다.

◇NDF=특정국의 외환시장 규제를 피해 자유롭게 여러 통화를 사고 팔 수 있는 해외 선물환 시장. 뉴욕.홍콩.싱가포르 등이 대표적이다.

홍승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