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KTF와 합병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KT 남중수(사진) 사장이 11일 “KTF와의 합병이나 KT의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을 적극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등 (통신 시장의) 변수가 적잖아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다. 남 사장은 최근 사장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사실상 연임이 확정됐다.

KT가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한 징후는 이미 여러 곳에서 감지됐다. KT는 최근 조직 개편을 하면서 기획부문에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수행할 전략CFT(Cross Functional Team)를 신설했다. 권행민 재무실장을 전략CFT장으로 기용했다. 이 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권 전무는 과거 KT 민영화, KT아이컴과 KTF의 합병 등에 깊숙이 관여한 인수합병(M&A) 전문가”라며 “전략CFT에는 그 외에도 M&A에 밝은 임직원이 여럿 포진해 있다”고 말했다.
 

KT는 이에 앞서 10월부터 KTF와의 영업·유통 조직 통합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KTF의 유통관리 자회사인 KTF M&S의 상당수 지분을 내년 상반기에 인수할 계획이다. KTF M&S는 전국에 119개의 직영 대리점(굿타임샵)을 운영 중이다. 한훈 KT전략기획실장은 “KT플라자(옛 전화국)와 굿타임샵 간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새로운 유·무선 유통 전략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영업·유통조직이 합쳐치면 소비자들은 KT와 KTF가 ‘한 회사’인 것을 인식하게돼 ‘합병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 KT는 이를 위해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국면을 적극 활용할 태세다. 이 날 기자간담회에서 서정수 기획부문장은 “(알짜배기인) 800㎒주파수를 특정 회사(SK텔레콤)가 독점하는 나라가 또 어디 있느냐”며 “그런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는 것에 비하면 KT-KTF 합병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남 사장은 “내년에는 인터넷TV(IPTV)·인터넷 전화·와이브로 등 신사업 등에 총 1조6100억원을 집중 투자해 매출 12조원대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본지 12월 4일자 e4면> 내년 총 투자규모는 올해보다 2000억원 증가한 2조6000억원이다. 이 중 61%를 신성장사업과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나리 기자

◆KT-KTF 합병 논란=1996년 KT가 이동통신 사업권을 따자 정부는 “KT가 유선통신 1위 사업자란 영향력을 무선통신 시장에서 발휘해선 안 된다”며 자회사 설립을 조건으로 사업 승인을 해줬다. 이에 따라 KT는 KTF를 설립해 이동통신 사업을 해왔다. 이와 관련해 KT 남중수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방송·통신 융합과 마찬가지로 이제 유·무선 통합은 시대의 조류가 됐다”며 정부가 두 회사의 합병을 막을 명분이 없음을 내비쳤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