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통계만 알면 누구나 족집게 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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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통계의 미학 
최제호 지음 , 동아시아, 305쪽, 1만3000원

‘듀이가 트루먼을 눌렀다.’

1948년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해리 트루먼은 이런 오보가 담긴 시카고 트리뷴 지를 들고 승리를 만끽했다. 통계 전문가로 대기업에서 경영혁신을 위한 6시그마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지은이는 이 장면에서 여론조사와 통계 분야의 숨은 이야기 하나를 끄집어낸다. 당시 미 대선을 앞두고 갤럽이나 로퍼, 크로슬리 등 내로라하는 여론조사 기관들은 모두 5~6%포인트 차이로 공화당 후보인 듀이가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이를 믿고 성급하게 굴었다가 사고를 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 오류가 생겼을까? 지은이는 여론조사기관이 대략적인 지시만 내리고 조사원이 대상자를 대충 알아서 잡도록 한 ‘할당추출법’이 화근이라고 지적한다. 조사원들은 편하게 응답을 해줄 수 있는 넉넉한 사람들을 주로 찾아 다녔고, 그런 계층엔 공화당 지지자가 많아 유권자를 대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뒤 미국에서 모든 여론조사는 조사기관이 표본까지 임의추출로 미리 선정해 조사원들에게 방문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전환돼 오차가 2% 이내로 정확해졌다. 여론조사에서 찾아낸 통계과학의 멋진 신세계다. 한국에선 정당에서 대선 후보를 뽑을 때도 여론조사를 크게 활용하지 않는가.
 
어디 정치뿐이랴. 스포츠에서도 통계가 기본이다. 2006년 이승엽의 맹타가 계속되자 일본 프로야구 상대팀들은 그가 나오기만 하면 야수를 구장의 오른쪽으로 옮겨 배치하는, 이른바 ‘이승엽 시프트’ 전술을 사용했다. 좌타자인 그의 타구가 오른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한 전술이다.

통계는 인간의 목숨을 좌우하는 의료기술과 의약품의 효과와 안정성을 파악하는 데도 꼭 필요하다. 공장에서 불량률을 낮추고, 효과적인 경영전략을 세우는 작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이런 통계의 중요성과 가치,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 등을 비교적 쉽게 일러준다. 단 문장이나 맞춤법이란 완성도에선 거슬리는 부분이 적지 않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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