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진출 해외기업 마피아 경계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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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러시아 마피아의 조직폭력으로부터 기업을 지키는 방법은 무엇인가.』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주(駐)러시아 美상공회의소 주최로 모스크바에서 열린 기업안전대책 세미나의 주제다.러시아 마피아는 마약.총기등의 불법거래로부터 최근엔 외국기업이나 외국기업과의 합병기업으로까지 활동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근착(近 着)일본경제신문은 이 세미나를 중심으로 러시아에 진출한 기업의 안전대책을 소개하고 있다.
주 러시아 영국대사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러시아의 마피아 조직은 지난 90년 약 8백개였으나 4년만에 5천7백개로 늘어났다.이들의 발호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
이들은 관청 등의 공공조직과 상납이라는 고리로 연결돼 있으며마약거래.매춘 외에 기업을 협박,보호의 대가를 요구하는가 하면회사경영 등 정상적인 상업활동에도 종사하고 있다.
이번 기업안전 대책세미나에서 영국의 한 안전대책전문가는 러시아에 주재중인 외국의 비즈니스맨들이 직면하는 세 가지의 잠재적인 위험을 지적했다.첫번째 위험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마피아의공갈협박.나머지 두 가지가 러시아측 사업파트너를 통한 마피아의간접침투와 노상강도다.
마피아의 기업침투엔 전형적인 수순이 있다.이들은 우선 기업을보호해준다는 명목으로 기업들에 이른바 「크리샤」라는 대가를 요구한다.이것이 먹혀들면 다음 단계로 「자기 사람」을 써달라는 청탁이 들어온다.마피아의 조직원이 들어오면 그때 부터 마피아의기업지배가 시작된다.
마피아에 당했다고 무턱대고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다.경찰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美.英의 전문가들은 경찰과 접촉할 땐 어느 수준과 접촉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러시아에서는 외국기업이 대외경제관계부 관할이지만 평소에 접촉하는 관청과 대사관을 통해 경찰간부와 인맥을 구축해 두면 예측을 불허하는 사태가일어났을 때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이들은 귀띔한다.
러시아에서 사업을 하려면 러시아측 거래선을 통해 침투하는 마피아의 수법도 경계해야 한다.마피아가 풍부한 자금력을 발판으로자금이 달려 고전하는 기업을 융자.주식매수 등을 통해 장악해 나가고 있기 때문.
미국 등의 벤처기업이 러시아업체와 합병회사를 설립하고 보니 파트너가 마피아가 경영하는 기업이었다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거래선과 제휴업체의 경영실태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믿을 만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경영진이 바뀌거나 외부에서 간부를 영입할 경우엔 주의해야 한다.이들이 마피아의 조직원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세미나에 참가한 이탈리아은행의 모스크바 책임자는 러시아에선 사업을 하든 일상생활에서 든 친구들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그는『신뢰할 수 있는 친구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친구를 얻으라』고 충고한다.
외국기업들이 마피아의 마수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선 사전에 안전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번 세미나의 결론이다.
〈李必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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