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시대 "팬은 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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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팬덤(fandom)의 시대가 열린다.

'팬덤'이라는 말은 스포츠나 영화 팬들의 지위, 또는 팬 전체를 일컫는 표현이다. 개별적인 팬의 목소리가 모아져 이슈를 만들고, 영향력을 갖게 되는 팬덤은 스타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스타덤(stardom)과는 정반대에 서 있는 말이다.

요즘 들어 국내 프로 스포츠에서도 팬의 힘이 많이 커졌다. 지난해 프로축구에서는 팬들이 성적 나쁜 감독들의 퇴진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가장 최근 예는 프로야구 SK에서 생긴 일이다. SK는 오는 23일 한화에서 방출된 왼손투수 김홍집(33)을 입단 테스트한다고 발표했다. 다른 팀에서 필요없다고 내보낸 선수를 재활용하려는 이유는 선수 부족이 아니라 팬들을 의식해서다.

올 초부터 SK의 홈페이지(www.skwyverns.com)에는 "인천 출신 김홍집을 영입하라"는 팬들의 릴레이 시위가 이어졌다. 김홍집은 인천고 출신으로 1993년에는 인천 연고인 태평양에서 데뷔했던 선수다. 단국대 시절 국가대표를 지냈고, 94년에는 승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데려오라는 식의 막무가내 떼쓰기도 아니었다. 노장 김정수가 은퇴하면서 빠진 왼손 원포인트 릴리프에 적임자라는 설명도 더해졌다.

이번엔 구단이 움직였다. SK 최종준 단장은 지난 7일 홈페이지에 '몇가지 안내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저희도 김홍집 선수에 관심이 많습니다. 조만간 면담하겠습니다"는 내용의 답글을 올렸다.

전성기가 지난 김홍집이 정식 입단할지는 알 수 없다. SK 관계자는 "고객은 왕(王) 아닙니까"라며 이번 테스트가 팬들의 입김이 작용했음을 인정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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