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父權상실 핵가족 시대의 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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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5명의 20대가 모여서 철저한 훈련을 거친후 차마 입에 담기어려운 잔인한 납치살해 행각을 벌여 「경악」을 넘어 어떤 절망감마저 주고있다.
세계 12대 무역국이요,「민주화」에서 상위점수를 따고 있다는이 나라에 反문명적.反인간적 범죄가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을까.
첫번째 원인으로는 범인들의 철저히 황폐화된 도덕의식과 아마도「살인행위」자체에서 묘한 쾌감을 느끼는 반사회적 성격장애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이들에게는 사랑.인정.연민등은 고갈되었고 오직 증오.불신.보복심리.파괴욕구등의 원시본능적 충동만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부자들」을 골라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고 시체를 불태우는 과정에서 누적된 분노.열등감.소외감.피해의식등의 심리적 콤플렉스를 쏟아내며 병적인 쾌감마저 느낀게 아닌가 싶다.
자신들이 잘못하는 것은「위정자」「지배善」「가진자들」때문이고,「자기네」는 이들에 의해「억압되고」「착취당했으며」「차별대우」를받았기 때문이라는 일종의 투사심리(Projection)와「피해자의식」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범인의 도덕의식이 실종된 세번째 원인은 지난 30여년간우리는「가난의 恨」을 풀겠다고「근대화」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집집마다「아버지 없는 가정」즉「父權상실」의 사회를 이룩한 점과도관련이 있다.
이들 흉포하고 동물만도 못한 범죄가 발생되는 네번째 사회병리적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70년대와 80년대 이래 급진전된 민주화운동의 부작용과도 관계가 있다.
진정한 의미의 개인주의는자유와 권리주장 못지않은 책임의식,사물에 대한 합리적 해결능력의 상승,상대에의 관용성과 경청의 자세 등등이 전제 되는데 이것저것 없이「민주화」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중심리 속에는「권리만 주장하기」「자기 뜻대 로 안되면 행동으로 밀어 붙이기」등이 민주화 인양 착각하게 되었다.이것이이런 범죄행동의 원인(遠因)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외에도 가정교육뿐 아니라 학교교육에서 인격형성 교육이 부재한점등 여러가지 원인을 들수 있을 것이다.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이들 범죄인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서 엄한 행형적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법이 너무 무르다고 인정되면유사한 범죄가 속출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두번째 처방은 가정의 건전화와 부권(父權)의 회복에 있다.가정에는「엄부자모(嚴父慈母)」의 우리 전통적 가치관과 교육관을 현대에 맞게 재정립하고,태어나서 자라나는 2세들의 도덕의식 확립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 본다.
세번째 처방은 학교교육의 근본적 개혁에 있다.유치원 때 부터과외를 시키고,내자식만 일등시켜 일류대에 보내겠다는 병리적 강박심리에서 해방 되게끔 새로운 교육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영국이나 독일의 경우처럼 국민학교의 평가를 토대로 장래의 진로를 결정해주되 구태여 대학을 안나와도 무시받지 않고 자신의 소질과 능력대로 살수 있는 다양한 전문기술직을 개발해야 한다.
네번째 처방은 우리가 물질,감투의 노예가 되는 공간적사고(空間的思考)에서 해방되어 진실로 작은 것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남을 돕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회복케하는 계몽이 있어야 한다.끝으로 이런 범죄의 불안(不安)에서 해방되어 안심하고 살수 있도록 공안당국의 분투와 정책입안자들의 뼈를 깎는 반성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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