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연출노트>연출가 김정옥-62년 햄릿 조연출이 첫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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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나의 첫 연출 은 梨花여대 연극반에서 희랍극『피시스트라다』를통해서 였다.그것이 61년 5월이었으니 벌써 33년의 세월이 흘렀다.그간 연출한 작품수도 1백편에 가깝다.어지간히 끈기를 갖고 이 일에 매달려온 셈이다.
연출은 주로 무대 뒤에서 이루어진다.그말은 관객들이 볼수없는곳에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그것도 하루이틀에 끝나는게 아니라 최소 몇개월에 걸쳐 배우라는 개성 강하고 별스런 사람들과 작업을 해야한다.당연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수밖에 .
지금 돌이켜보면 어떤 공연이었든 즐겁거나 씁쓸한 에피소드 한두가지는 꼭 있었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계획대로 끝난 공연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무대에서 이루어진 연극도,무대뒤에서 생긴 에피소드도 시간의 흐름속에서 사라 져갔다.연극은 결국 아무 것도 남지않는 고통스런 창작행위라고 해야할까.무대에서 사라져간 것이 예술이라면 무대 뒤편에서 흘러간 일들은 우리의 인생이요,삶이다.
62년 드라마센터 개관기념 공연『햄릿』의 조연출로 참여한 것이 나로서는 직업연극인들과의 첫 만남이었다.이 작품은 50년대전란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60년대 한국연극의 새 자리매김이란점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모았다.실제로 한국연극 의 신.구세대가한자리에 모여 이 나라 연극중흥의 기치를 높이든 그런 자리였다. 기성세대로는 유치진.이해랑씨가 연출을 맡았고 김동원.황정순.장민호등이 연기자로 참여했다.해외에서 갓 돌아온 이른바 유학파의 기수인 양광남.양동군.박명희,대학극 출신의 최상현.김동훈.김성옥.오현경.박규채.여운계.오현주등과 김성원.김 보애등 성우출신의 연기자들이 젊은 세대를 대표해 대거 참여했다.
특정 극단이나 특정 작품은 대개 뜻을 같이 한 같은 빛깔의 연극인끼리 모여 예술행위를 해나가는게 상례인데 비해『햄릿』은 신.구세대가 한자리에 모인데다 이질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까지대거 참여한 무대였다.당연히 말도 많고 탈도 많 을 수밖에.그러나 그때의 우리는 그것을 새 출발을 위한 창조적 갈등이라 생각했다.출연료가 적다 많다,옷을 벗기냐 마냐 따위로 서로 갈라서고 흉보는 요즘 연극판을 살펴보면 今昔之感이 드는 것도 그런이유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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