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직접채무 282조원 노무현 정부 150조 늘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노무현 정부 출범 후 4년 동안 새로 늘어난 나랏빚이 150조원으로 김대중 정부 5년간 증가액의 두 배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 정부는 특히 ‘작은 정부’를 통해 빚을 줄여 가기보다는 공무원과 공기업 조직을 되레 늘려 국가 채무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17일 재정경제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2006년 말 국가 직접 채무는 282조8000억원으로 97년 말 60조3000억원보다 222조5000억원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 채무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4년 동안 연평균 20.7%씩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직접 책임지는 채무 외에 결국엔 국가가 떠안아야 하는 보증채무나 4대 공적 연금의 책임준비금 부족액을 모두 합한 ‘사실상 국가 채무’는 1240조원에 달한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이는 2002년 말보다 315조3000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랏빚=2002년 말 133조6000억원이었던 국가 채무는 이후 매년 20%씩 늘어나 현 정부 4년 새 149조2000억원 늘었다. 빚이 늘면서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국가 부채 비중도 껑충 뛰었다. 2002년 16.6%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해 말 26.5%로 뛰었고, 올 연말엔 30%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증가율로 보면 4년 동안 80.7% 높아진 것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증가율(7%)의 11.6배에 해당한다. 1인당 국가 채무도 지난해 말 568만원으로 현 정부 출범 후 305만원이 늘었다. 국가의 직접 채무 외에 간접 채무까지 합치면 상황은 더하다. 연금 개혁이 실패하는 바람에 국민건강보험을 비롯한 4대 공적 연금이 쌓아야 할 책임준비금 부족액이 현 정부 4년 동안 207조1000억원이나 늘었다. 시중 여윳돈을 흡수하기 위해 발행한 통화안정증권 발행 잔액도 74조원이 증가했다.

◆옹색한 정부 해명=“국가 채무가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아직도 한국의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30%에 못 미쳐 OECD 평균인 77%보다 훨씬 낮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또 늘어난 국가 채무 가운데 36%인 54조원은 DJ 정부 시절 금융회사·기업에 지원한 공적 자금을 국채로 전환한 것인 만큼 이전 정부의 빚을 떠안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DJ 정부는 정부 조직 축소와 공기업 민영화와 같은 공공 개혁을 통해 나랏빚을 갚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포스코·한국통신·담배인삼공사(KT&G)·한국중공업(두산중공업) 등 공기업 민영화로 21조원에 달하는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현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공기업 민영화를 중단해 공기업 매각 수입은 3조원에도 못 미쳤다. 게다가 공무원 조직도 계속 늘렸다.

연세대 경제학과 김정식 교수는 “정부가 우리금융지주만 팔았어도 수조원의 나랏빚을 갚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나랏빚을 줄이려면 과감한 민영화와 작은 정부 정책으로 공공 부문의 군살을 빼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경민·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