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도 신세대풍 변신-KBS 추석특집 내달 방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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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춘향전이 신세대풍으로 대변신을 한다.KBS가 다음달 20,21일 추석특집극으로 방영할 춘향전은 춘향과 이몽룡의 자유분방한신세대식 사랑과 과감한 사랑표현 등을 그려 최근 드라마의 신세대 무드가『춘향전』에까지 진출했음을 보여주고 있 다.
혜성여고 3년생 김희선이 전격기용된 춘향은 그간의 수줍고 정숙하기만 한 극중 이미지로부터 벗어나 적극적이고「사회의식」까지갖춘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다.몽룡(이민우 분.오산고3)과의 첫만남에서 몽룡이 방자(허준호 분)를 시켜 자신을 오도록 하자 춘향은『안수해 접수화 해수혈(雁隨海 蝶隨花 蟹隨穴.기러기는 바다를,나비는 꽃을,게는 구멍을 쫓을 따름)』이라며「완강한 거부」보다는 몽룡을 은근히 유혹한다.결국 회가 동한(?)몽룡도 월매의 중매로 춘향을 만나왔던 그간의 구도에서 벗어나 그날밤 춘향의 집을 월담하는 적극적 신세대로 그려진다.한국판『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게 되는 셈이다.
춘향과 몽룡의 첫날밤 애정행위도 더욱 상상력을 자극하는 적극성을 띠게 된다.정자 난간에 앉아 적극적인 키스 신을 보여주는가 하면 정사장면은「개구리가 둘이 업고 있는 장면」「춘향과 몽룡이 마주붙어 그네를 타는 장면」「꽃밭에서 희롱하 며 하늘로 오르는 장면」등 성적인 암시를 주는 화면이 등장하게 된다.연출자인 최상식씨는『애정행위의 경우 그간 드라마.영화 등에 등장했던 소극적 분위기보다 오히려 원작에 충실히 그려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한다.
춘향은 또한 정절녀의 표상.사대부 여인 분위기로 묘사됐던 기존 드라마의「고정관념」을 깨고 원작대로 욕도 잘하고 강짜도 잘부리는 현대적 분위기의 여성으로 탈바꿈한다.몽룡 부친이 동부승지로 승진,한양행을 하게 돼 몽룡이 춘향을 남겨 놓고 떠나게 되자 춘향은 수틀을 거울로 던지고 벼루.붓까지 닥치는 대로 던져 살림을 부수며 더욱「현대의 정서」에 걸맞은 여인으로 변모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악인의 전형」으로만 그려졌던 변사또(주현 분)의 색다른 모습이다.부임행차중이던 변사또는 길가에 엎드려 있던 촌로를 보고 갑자기 가마에서 내려『돌아가신 선친이 떠오른다』며 손을 덥썩 잡고 가뭄 걱정을 해준다.즉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면서 예측불허의 복합적 인물로 변사또를 재구성한 것.
춘향전은 이와 함께 혜원의 풍속도.미인도에 나오는 우리 옷을재현하기 위해 전래의 염색법에 따라 천연염료로만 의상을 염색.
제조하고 영화『서편제』의 목소리 주인공인 명창 안숙선씨의 판소리가 춘향.몽룡의 정사장면 등에 등장해 화제.
〈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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