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대못질'까지 무슨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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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의 '기자실 대못질'은 올해 초 노무현 대통령의 '죽치고 앉아 담합' 발언에서 시작됐다. 노 대통령은 1월 16일 국무회의에서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기사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기자들의 담합 구조가 있는지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국정홍보처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 홍보처는 국내외 기자실 운영 실태를 조사한 뒤 그 결과를 3월 22일 발표했다. 이어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으로 이름 붙여진 기자실 통폐합 방안을 확정해 5월 22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언론계와 학계, 정치권에서 비난이 쏟아지자 노 대통령은 6월 17일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5개 언론단체 대표들과 '언론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 토론회는 각 부처 출입기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진행돼 "반쪽짜리 토론회"라는 지적을 받았다. 기자실 통폐합을 밀어붙이던 청와대와 홍보처는 8월 초 취재 통제의 구체적 방안을 담은 총리 훈령(취재 지원에 관한 기준안) 초안을 마련했다.

초안 내용이 공개되면서 여론의 강한 역풍이 일자 엠바고 제재와 출입증 전자칩 부착 방침을 부랴부랴 취소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9월 14일에는 독소 조항들을 삭제한 총리 훈령 수정안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기자실 폐쇄는 끝까지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12일 끝내 기자실 문을 걸어 잠갔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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