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거기 그녀가 서 있는걸 보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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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써니가 손등으로 눈가를 다스리는 것 같았다.
『…보지마.』 써니가 벗은 채로 일어나 창가로 가서 창문을 조금 열어놓고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써니는 내 왼팔을 펴게 해서 거기를 베고 누웠다.우리는 숨을 고르면서 땀을 식히면서 나란히 누워 있었다.이렇게 해서 우리는 얼마나 더 가까워진건가 하 고 나는 생각하였다.
써니는 낮고 쓸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말이야…싱글베드를 나하고 같이 쓰겠다는 남자한테 시집을가야겠어.좋잖아,좁으니까.그치?』 써니의 침대가 좁았기 때문에우리는 벗은 몸이 서로에게 접촉한 상태로 누워 있던 거였다.써니가 억지로 유쾌한 것처럼 계속 말했다.
『가난한 남자를 말하는 건 아니구…집도 크고 좋은데 부부침실엔 따악 싱글침대밖에 없는 거야.괜찮을 것같지 않아?』 『그렇게 밝히면 큰일인데….』 『아냐.내 말은 그런 말이 아니야.난남자하고 하는 게 좋은지는 모르겠어.사실은…지금도 아프기만 하고 잘 모르겠어.』 『싫은데 참은 거야?정말…?』 『아니,꼭 그런 것두 아니지만…하여간 그러는 것보단 지금처럼 이렇게 같이있는 게 난 더 좋거든.내가 무슨 말 하는 건지 모르겠니.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이렇게 떨어지지 않고 있고 싶단 말이야.』 나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까 니가 한 말 정말이야?처음이라는 말….』 『왜?못믿겠어…?』 『그럼 불 켜봐.처음엔 피가 난다며….』 『….』 『화났니…?난 니 침대에…묻었으면 어떻게 하나 그게 걱정이 돼서그러는 거라구?』 『멍달수,넌 어쩜 기껏 그런 생각밖에 안해?』 『…몇시지?너희 엄마가 들어올 시간 안됐니?산다는 건 현실이라구 우리 형이 그랬어.』 써니가 고개를 들고 책상 위의 시계를 확인하고 나서 말했다.
『열신데…걱정하지마.멀었으니까.우리 엄만 매일 새벽 한시도 지나야 돌아오거든.』 나는 써니가 베고 있던 왼팔을 뽑아서 내옆머리를 괴면서 옆으로 돌아누웠다.내 코 아래에 써니의 얼굴이있었다.써니가 눈을 깜빡깜빡하면서 빤히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말해봐.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참자고 그랬었잖아,비오던날 성당에서 니가 그랬었잖아.』 써니는 눈만 깜빡이면서 입술을꼬옥 다물고 있었다.그러다가 한순간 두팔을 뻗어 나를 왈칵 끌어안았다.그렇게 한동안 나는 써니에게 안겨 있었다.써니가 뭘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써니는 무언가 저혼자 깊이 생각하는 것 같았다.나 중에 써니가 조그맣게 속삭였다.
『말해줘.나중에 날 위해서 싱글침대를 사겠다고.』 『알았어.
그거라면 벌써 사뒀으니까 걱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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