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선대위’ 출범 脫정치 새 발상 나올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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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10면

존 F 케네디가 1952년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에 도전해 공화당 거물 헨리 캐봇 로지를 꺾었을 때였다. 그의 동생이자 최측근 참모로 선거에 뛰어든 로버트 케네디는 가장 먼저 보스턴 선거운동본부에서 빈둥거리던 직업 정객들을 모두 내쫓았다. 변호사였던 로버트 케네디는 “정치랍시고 하는 일이 회의 빼놓고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로 이들을 정의했다. “첫째도 조직, 둘째도 조직, 셋째는 더욱 튼실한 조직”이라는 슬로건 아래 케네디 형제는 기존 정당 조직과 완전히 다른 자원봉사자 주축의 조직을 만들었다. 120만 부의 홍보 책자를 집집마다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은 선거운동사의 한 전기였다.

이번 주 10일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선 선대위가 선을 보인다. 5년 전은 실패였다. 이회창 후보의 선대위는 300여 명의 전·현직 의원과 위원장을 망라한 공룡 캠프로 출범했다. ‘대세론’의 위용을 과시했지만 날 때부터 이 공룡은 늙고 비대했다.

연륜, 선수(選數)를 중시하다 보니 젊은 층을 공략하자는 ‘2030 위원회’의 위원장은 50대 중반의 재선 의원이 맡았다. 60대인 서청원·최병렬·박희태·하순봉 의원 등 원로 그룹이 선대위의 수뇌부를 차지했다. “빨간 볼펜이 검은 볼펜보다 많다”는 냉소가 번졌다. 튀는 아이디어엔 빨간 줄이 그어졌고, 홍보물은 극우보수 세력의 시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오랜 정치문화의 답습은 패배로 귀결됐다.

이번 주 나올 이명박 후보의 선대위 면면은 만일 이 후보가 집권할 경우 차기 정권의 권력구도와 문화, 용인술을 가늠케 할 예고편이다. 이 후보는 그간 정치에 기업 마인드 도입을 시도해왔다. 정당 조직을 기업식의 PR·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 팀으로 대체했다. “오전 9시부터는 소비자들을 위해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라며 정당 회의를 오전 7시로 앞당겼다.

이 후보 측은 선대위도 5년 전에 비해 3분의 1정도로 슬림화하고, 표가 나오는 지방 현장을 강화하는 ‘마케팅 중시’의 조직을 꾸리겠다고 한다. 형식과 내용 모두 ‘탈(脫)정치’의 새 발상이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기존의 정치관행에 긴장감과 충격이 가해지기를 바라는 흐름은 기업 CEO 출신인 그를 대선 지지도 1위에 올려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주
2일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파행=손학규·이해찬 후보가 1일 “정동영 후보가 불법선거를 한다”며 경선 중단을 요구해 최고위원회에서 잠정 중단 결정. 신당 지도부는 3일 경기·서울 등 남은 8곳의 경선을 14일 하루에 치르는 ‘원샷 경선’ 방침을 발표
3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부시 면담 계획 무산 발표=지난달 27일 재미교포인 강영우 미국국가장애위원회 정책위원이 면담 성사 밝혀. 이후 한나라당이 공식 발표했으나 미국 측이 부인
 
▶이번 주
7일 손학규 후보, 인천지역 자원봉사자들과 계양산 등반
7일 이해찬 후보, 선대위 경선 관련 토론회
7일 권영길 후보, 대선승리 기원 북한산 당원 등반 대회
8일 이명박 후보, 한국노총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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