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의현장>9.로렌스 버클리연구소의 상징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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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해 여름 8백억원가량 들여 완공된 LBL의 방사광가속기(ALS)는 이 연구소 최대의 자랑거리이자 LBL의 역사와 향후연구방향 등을 함축하고 있는 상징물이기도 하다.LBL의 실질적인 출범은 설립자인 로렌스박사가 버클리의 언덕에 가속기를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가속기는 일반인은 물론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에게조차 매우 생소한 존재였다.물리중에서도 고에너지 분야나 핵물리분야와 같은 극히 제한된 영역에서만 그 용도를 찾을 수 있는 가속기였다.
그러나 LBL은 지난 46년 싱크로트론 설치 이후 ALS 착공직전인 88년까지 끈질기게 이 낡은 가속기에 매달 「가속기 과학」이라 불릴만한 과학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했다.
가속기 사용이 물리학중에서도 극히 일부 연구에만 한정될 것이라는 학자.일반인들의 막연한 고정관념을 깨고 화학.의학.생물학.재료공학.반도체등 다른 분야의 연구에도 없어서는 안될 수단임을 증명한 것이다.
방사광가속기란 알기쉽게 설명하면 빛을 만들어내는 장치다.가시광선이 있어 사람이 물체를 인식할 수 있듯이 가속기는 가시광선은 물론 자외선.X선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빛을 만들어낸다. 이런 빛중에는 원자의 배열은 물론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모습까지 포착하는 것도 있다.
ALS는 가속기중에서도 가장 첨단형인 세계 최초의「제3세대형」방사광가속기다.입자를 충돌,빛을 발생시켰던 1세대형이나 빛의질이 다소 떨어졌던 2세대형과는 달리 ALS의 방사광은 질이 매우 우수하고 통제가 쉽다.이 때문에 생체분자 등에 거의 손상을 주지않고서도 이를 관찰할 수 있고 0.25미크론 이하 크기로 물체의 성형이 가능한등 용도가 매우 광범위하다.
15억 전자볼트의 에너지 크기를 가진 ALS는 우리와도 매우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올해 말 완공예정인 포항방사광가속기(20억 전자볼트)는 ALS를 쏙 빼닮은 3세대형으로 과거 LBL에 몸담았던 故 金浩吉 포항공대총장등이 두 연 구소를 오가며노력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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