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소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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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불이 켜질 무렵
잠드는 바람같은
목마름

진실로
겨울의 해질 무렵
잠드는 바람같은
적막한 명목(暝目).


고요하다. 뭉클하다. 불이 켜지는 시간과 어둠이 내리는 시간 바로 해질 무렵의 황혼시간을 그것도 겨울의 해질 무렵을 이 시는 우리들 마음 안에 소리 없이 부려 놓는다. 그러나 겨울은 계절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 마음의 아득한 근원적 목마름을 ‘진실로’를 축으로 밝음과 어둠을 화해시키므로 갈증을 다스리게 하는 종교적인 거룩함까지 안겨 준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이 일곱 줄의 지극히 절제된 소곡 안에 대단원의 생의 밑그림이 선명하게 다 담겨 있지 않은가.

<신달자·시인>

◆필자 약력=▶1943년 경남 거창 출생 ▶64년 ‘여상 신인여류문학상’ 받으며 등단 ▶시집 『봉헌문자』 『아가(雅歌)』 『아버지의 빛』 등 다수 ▶대한민국문학상·시와시학상·시인협회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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