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의 아내·애인이 한국 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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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의 외국인 선수들에게 가족이나 애인의 영향은 크다. 낯선 타국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주기도 하고, 경기 후 잘잘못을 꼼꼼히 분석해 주는 개인 코치도 된다.

평소 연상의 아내 디나에게 잘 휘둘린다는 '공처가' 아비 스토리(SK). 그는 지난 23일 잠실에서 벌어진 오리온스와의 경기에서 펄펄 날았다. 평균 득점이 20점에 못미치는 그다. 그러나 이날은 무려 35득점에 9리바운드를 올렸다. 체육관을 찾은 아내의 눈길을 의식했던 것일까.

삼성의 로데릭 하니발. 한국에 함께 머무르는 부인 칼라타의 도움을 톡톡이 받는 선수다. 부인이 경기장을 따라 다니며 응원하는 건 물론 경기분석까지 해준다. 통역을 맡고 있는 원성연씨는 "하니발은 아내가 경기장에 와있을 때면 마음이 안정되는지 실책이 줄고 득점도 좋아진다"고 했다.

오리온스의 바비 레이저의 부인 대니얼은 꽤 알려진 미녀. 금발에 1m79cm의 늘씬한 키, 큰 눈에 오똑한 코로 영화배우 뺨친다. 이런 미모 덕분에 오리온스의 경기가 중계될 때 어김없이 TV 화면에 나타난다. 때로 코트에 나가 치어리더들과 함께 춤을 춰 팬들을 즐겁게하는 '구단의 양념'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없지 않다. "대개 아내는 경기에 도움을 주지만 애인은 해(害)가 된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SK의 스테판 브레포드는 백인 애인인 에리카가 경기장을 찾을 때면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게 구단 측의 완곡한 표현이다.

전자랜드의 앨버트 화이트도 비슷하다. 시즌이 시작되던 지난해 11월 한국에 온 애인 케시아 햄비가 열흘간 체류하는 동안 수시로 다퉈 팀의 성적을 떨어뜨린 '공적(公敵)'이 됐다.

SK의 박형도 사무국장은 "이래저래 감독들은 시즌 중 외국인 선수들의 가족이나 애인이 한국에 오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오랜만에 회포를 푸느라 경기에 소홀해지거나 잘 보이려고 단독플레이를 해 팀워크에 지장을 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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