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공기업도 두 손 든 '유도회의 무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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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일반적으로 공기업은 사기업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일에 대한 열의가 부족하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런 공기업도 두 손을 번쩍 든 단체가 있다. 대한유도회다.

13일부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유도 세계선수권이 열린다. 세계선수권은 올림픽에 필적하는 큰 대회다. 한국 유도의 1년 농사가 이 대회에 달려 있다. 이미 대표팀 본진과 협회 임원은 9일 리우로 떠났다.

그러나 유도회는 이 대회를 팬들에게 소개할 자료 한 장 만들지 않았다. 홈페이지를 들여다 봐도 세계선수권대회에 대한 안내나 공지가 없다.

유도회의 무능을 보다 못해 3명의 대표 선수를 보유한 KRA(옛 마사회)가 대신 10일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냈다. 협회에서 해야 할 일이지만 협회가 손 놓고 있으니 답답한 KRA가 나서게 된 것이다. KRA는 공기업이다.

KRA 한 관계자는 "많은 돈을 들여 유도팀을 운영하는 이유는 성적을 잘 내고 홍보 효과를 많이 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유도회에서 홍보를 전혀 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공기업 수준에서 봐도 유도회의 자세는 수준 이하라는 말이다. 유도회의 태도는 마치 '목 마른 놈이 우물 파라'는 식이다.

유도는 역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종합대회에서 효자 종목으로 자부심을 가져왔다. 현역 선수들은 선배들의 전통을 잇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고, 지도자들의 열정도 뜨겁다.

그러나 이런 열기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협회가 오히려 창구를 막아 놓고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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